유럽 대륙의 정치·경제정책 방향을 바꿀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이 6일 실시됐다. 프랑스에선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대선 후보(사진)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 사회당 후보 당선 이후 17년 만에 좌파정권이 등장하게 됐다. 그리스 총선에선 극우정당의 목소리가 커지는 등 재정위기 후유증이 작지 않다. 프랑스 대선 등 유럽 선거 이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슈를 4가지 주제별로 살펴본다.

(1)단두대에 올라선 긴축정책

올랑드의 당선으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유럽의 재정위기 해법이 긴축에서 성장으로 선회했다는 점이다. 올랑드는 지난달 11일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경제위기 극복에) 성장은 필수적”이라며 성장 카드를 꺼냈다. 당초 독일이 주도해온 재정위기 대응책인 긴축 중심의 신재정협약에 대해 “프랑스에 불리한 점이 많다”면서 재협상 방침을 밝혔던 데서 한발 더 나가 “긴축만으론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며 처방전 자체를 바꿔버렸다.

올랑드의 공세를 계기로 그동안 독일의 위세에 눌려 표출되지 못했던 긴축정책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장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 등이 잇따라 성장 처방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결국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마저 “6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성장정책을 논의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올랑드가 주도한 ‘프랑스 혁명’이 긴축정책을 단두대로 보내버렸다”고 촌평했다.

(2)흔들리는 유럽 통합 근간

유럽 각국의 선거를 계기로 국수주의적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유럽 통합의 근간 중 하나인 솅겐조약도 흔들리고 있다. 솅겐조약은 유럽 역내에서 자유로운 노동력의 이동을 보장한 것으로 유럽 26개국이 가입해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극우파 표를 잡기 위해 ‘솅겐조약’ 탈퇴 가능성을 제기한 데 이어 실제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양대 강국 프랑스와 독일이 국경에서 불법 이민자에 대한 검문작업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스페인은 지난 한 주 동안 프랑스 국경과 주요 공항에서 한시적으로 검문활동을 재개하면서 솅겐조약에 타격을 줬다. 여기에 동유럽 루마니아가 솅겐조약에 추가 가입하려는 시도에 대해 네덜란드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프랑스 대선을 계기로 유럽 통합의 이념은 빛이 바래고 각국 간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3)극우·극좌의 부활

경제위기를 틈타 그동안 제도권 밖의 소수 과격파로 치부되던 극우·극좌파의 의회 진출도 현실화되고 있다. “불법 이민자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그리스와 터키 국경에 지뢰를 설치하겠다”는 등의 과격한 공약을 내건 그리스 극우정당 황금새벽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5.2%의 지지율을 얻는 등 여론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급진좌파연합(시르자)과 공산당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지난달 22일 치러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도 극우파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18%의 득표율로 3위를, 공산당좌파전선연합의 장뤼크 멜랑숑이 11.1%로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엔 핀란드에서 극우정당인 ‘진짜 핀란드인’이 약진했고 헝가리에서도 2010년 총선에서 극우정당인 요비크가 원내 3당으로 부상했다.

(4)‘메르티’의 부상

프랑스 대선 결과 독일과 프랑스의 공조체제가 무너지면서 유럽의 권력지형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독일 일간 한델스블라트는 ‘메르코지(메르켈+사르코지)’체제를 대체하는 ‘메르티(메르켈+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 시스템 구축 시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프랑스를 대신할 ‘힘있는’ 우군을 찾아나섰고, 이탈리아는 독일의 힘이 약해진 틈을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시키기 위해 독일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

이달 중 양국 의회가 같은 날 동시에 신재정협약 비준을 처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