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에게 돌려준 돈이 순이익의 2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기업이 장기 성장에 필요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주주 환원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이 지난해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투입한 돈은 15조8295억원으로 전년도 15조2663억원보다 3.7% 증가했다.

현금배당은 13조3437억원으로 전년보다 0.6% 줄었지만 자사주 매입액이 2조4858억원으로 35.0% 늘었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기업이익이 감소하고 주가가 하락하자 현금배당은 소폭 줄이는 대신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주주이익 환원율은 23.9%로 전년도 18.5%보다 5.4%포인트 높아졌다. 주주이익 환원율이란 기업의 현금배당액과 자사주 매입액을 합해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이 이익 중 얼마를 주주에게 돌려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업이 지난해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은 전년도보다 67.2% 늘어난 10조1622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지난해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이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투입한 자금을 밑돈 셈이다.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 1조3589억원,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이 8조8033억원이었다.

상장 기업이 IPO와 유상증자 등으로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은 2008년 1조7887억원까지 줄었다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12조52억원) 수준은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주주이익 환원율 상승은 주주 중시 경영이 정착돼 가는 신호로 해석되지만 과도한 주주 환원은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이 10~20년 후를 내다본 투자를 하기보다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높이는 데 치중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주주이익 환원율이 높아지는 것은 기업의 성장성이 약해지고 국가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신호”라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들이 신규 투자보다는 주주 환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