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이 적극적으로 회사경영에 참여하는 ‘주주 행동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연봉 인상에 제동을 거는 것은 물론 실적이 부진한 회사 CEO의 학력위조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대형 연기금도 이런 움직임에 가세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헤지펀드 서드포인트의 대니얼 로브 대표가 스콧 톰슨 야후 CEO의 프로필에 나와 있는 학력이 잘못 기재됐다며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고 4일 보도했다.

서드포인트는 야후 지분 5.8%를 보유하고 있다. 로브는 톰슨 CEO가 스톤힐대에서 회계학 학사학위만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톰슨 CEO는 스톤힐대에서 회계학과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했다고 기재했다. 로브는 또 야후 임원인 해티 하트도 마케팅과 경제학 복수전공이 아니라 경영학 단일 전공이라고 주장했다.

야후는 이날 해명 자료를 내고 “프로필이 잘못 기재된 것은 고의가 아닌 실수”라고 밝혔다. CEO 학력이 도마에 오른 것은 최근 야후의 이사 선임 과정에서 쌓인 주주들의 불만이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드포인트는 로브 대표를 포함한 4명의 이사 선임을 요구했지만 야후 경영진은 거부했다.

이날 영국 보험사 아비바 주주들도 CEO 연봉 인상에 반발하고 나섰다. 주주총회에서 CEO와 경영진 연봉을 인상하는 안이 상정되자 주주 60%가량이 반대표를 던졌다. 주주들은 약 100만파운드(18억3200만원)까지 연봉을 올리겠다는 앤드루 모스 아비바 CEO에게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작년 아비바의 매출이 전년 대비 17% 줄었는데 경영진은 실적 개선보다 돈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연기금도 발언권을 더욱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뉴욕시 연금펀드는 최근 멕시코 뇌물 사건과 관련해 6월1일로 예정된 월마트 주총에서 마이클 듀크 CEO 등 5명을 이사로 선임하는 데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펀드는 월마트 주식 47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최대 연금펀드인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캘퍼스)은 캘리포니아 교원연금 등 다른 연기금과 연합해 올해부터 이사회 점령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조 디어 캘퍼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영진들의 연봉 인상은 주주나 회사 입장에서는 전혀 관심사가 아니다”며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들은 불황으로 수익성이 낮아짐에 따라 자신들에게 돌아갈 몫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주주와 경영진 간 힘겨루기에서 힘의 균형이 주주 쪽으로 옮겨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