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이 상호 국채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또 국채 매입과 매각에 앞서 상대국 정부에 이를 통보해주기로 했다.

3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3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가 열리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채투자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국채 상호보유

한·중·일 國債 사고 팔 때 상대국에 미리 알려준다
이번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 국채를 매입할 계획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달 말 기준으로 약 10조원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4일부터 중국 인민은행(PBOC)에서 승인받은 채권투자 한도 200억위안(32억달러) 범위 내에서 처음으로 중국 국채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세 나라가 외환보유액으로 상호 국채를 보유하는 것은 사실상 통화스와프와 같은 효과를 갖는다. 우리 정부로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시 외화자금의 급격한 유출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하나 더 갖게 되는 셈이다. 심리적인 환율안정 효과도 있다.

○3각 핫라인 구축

세 나라는 국채를 사고 팔기에 앞서 금액과 시기를 상대국 정부에 알려주고 협의하기로 했다. 시장에 주는 단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이른바 ‘신사협정’을 맺기로 한 것. 예를 들어 글로벌 위기로 해외 기관투자가가 보유 중이던 우리나라 국채를 일시에 던지고 나갈 경우 중국,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국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시장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게 기획재정부 설명이다.

엔고로 인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엔·달러 환율의 하락을 막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가 외환보유액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안전자산인 일본 국채의 투자 규모를 동시에 늘릴 경우 예상되는 엔화가치의 가파른 상승을 조기에 ‘관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정부 관계자는 “중국도 자본자유화에 앞서 외환시장의 불안요인을 차단하는 안전장치를 갖게 된다”며 “3국 모두 ‘윈윈(win-win) 효과’를 얻는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합의가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국제공조의 ‘롤모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면서 급격한 투자금 회수로 다른 나라의 금융시장을 위험에 빠뜨리는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면서 “이번 합의는 역내 국가 간 금융 협력 차원에서 이전에 없었던 시도”라고 말했다.

○亞금융시장 안정기금 2배 증액

한편 이날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3(한국 중국 일본)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 체제(CMIM) 기금’을 1200억달러에서 2400억달러까지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이 중 회원국들이 국제통화기금(IMF) 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쓸 수 있는 자금 규모도 CMIM의 20%에서 2014년까지 40%로 증액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실제 집행가능한 금액도 1200억달러의 20%인 240억달러에서 2400억달러의 40%인 960억달러로 늘어나게 된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