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공공투자 활동 부진으로 미국의 경제 생산성이 하락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뒤, 세계은행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들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의 확충과 함께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지역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교통과 수자원 시설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왔다. 민자 유치나 민영화 등의 수단을 활용해 부족한 투자 재원도 확보했다. 그 결과 투자 지출액만 해도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참여정부 이후 국가의 정책 목표가 달라지면서 투자 규모는 GDP의 2.5%까지 떨어졌다. 미국 에이시아워(Aschauer) 교수는 제1의 적자와 제2의 적자가 각각 무역수지 적자와 재정적자라면 제3의 적자는 SOC 투자 부족분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2000년대 후반 우리나라 제3의 적자 규모는 GDP의 1~2% 수준이 된다. 예를 들어 올해 GDP가 1300조원이라면 투자 부족분은 약 13조~26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그 규모가 매년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부족’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또한 우리나라 SOC 투자 수준은 일본과 비교해도 너무 낮다. 구매력을 기준으로 2007년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 대비 SOC 규모는 일본의 1990년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무려 17년이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1인당 소득이 2만5000달러일 때, 일본의 SOC 스톡 규모는 우리나라보다 40% 정도 많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투자해야 할 것인가? 최적의 투자 규모는 대체로 경제 성장 속도에 비례하는데, 4%의 잠재성장률에 맞는 SOC 투자 규모는 GDP의 3.4~4.2%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꼭 이만큼의 투자가 이뤄져야 4%의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추구한다면 이 정도 규모는 필요하다.

우리나라 정부가 과연 적정 수준까지 투자를 늘릴 수 있는가? 쉽지 않다. 경제 성장이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복지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구성원이 점차 다양화되고 고령화된다는 점에서 복지부문에 대한 재정 지출 확대는 타당하다. 그러나 미래의 경제 성장 토대를 염두에 둔다면 복지 지출을 언제까지 얼마나 늘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지금 돈이 부족하더라도 교육비를 줄이지는 않는다. 다음 세대의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면 SOC 투자도 보육료 지원, 무상급식 확대 등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만일 정부가 투자할 여력이 없다면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한 SOC시장의 시장성을 확대하고 경쟁성을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 민간 부문이 SOC 시설의 개발과 운영과정에 경제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수익 유인책도 강화하고 시장 진입 문턱도 더욱 낮추어야 한다. 최근 KTX시설 운영의 민간기업 참여, 지하철 운영권의 자율성과 계약조건, 시설 수요의 과다 추정 문제 등으로 민자 유치와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부문 활용을 통한 투자 확대와 운영의 효율화는 분명히 추진해야 할 과제다.

이와 함께 경제적 합리성이라는 평가 도구를 이용해 신규 SOC 사업도 발굴해야 한다. 신규 투자 사업이 더 이상 정치인의 표 얻기를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또한 누가 정권을 잡든 정치적 이해관계와 지역성을 떠나서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은 단절 없이 개발해야 한다. SOC 투자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1990년대의 우리 경제 상황을 다시 경험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물류비에 GDP의 6분의 1 이상을 지출했기에 수익성은 악화됐다. 국내 투자 수요와 기업의 총요소생산성이 하락해 성장 속도는 더욱 더뎌졌다. 편리한 교통은 사회적 약자에게 복지시설일 뿐만 아니라 경제 수단이다. 효율적인 투자는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

김의준 < 서울대 농경제사회학 교수 euijune@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