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에서 살고 있는 윤모군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10년 10월 두통과 다뇨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수원 빈센트병원에서 뇌암 진단을 받고 1차 수술을 한 윤군은 그해 11월24일 서울삼성병원에 재입원해 뇌암 2차 수술을 했다.


윤군은 두 살 때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재혼해 떠나는 바람에 11년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와 셋이서 힘들게 살고 있는 고교 1학년생으로 기초생활 수급자다. 윤군 가족의 수입은 교통안전공단에서 교통사고 피해 가족에게 지원하는 지원금과 정부의 기초생활 대상자에게 지급하는 급여가 전부다. 공단에서 자동차사고 피해 가족에게 지원하는 지원금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다.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지 않았다면 윤군도 단란한 가정에서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자동차사고가 윤군의 행복을 통째로 빼앗고 말았다.

이처럼 자동차사고는 한 가정을 파괴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 자동차사고 피해자와 그 유자녀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교통안전공단(이사장 정일영)은 자동차사고 피해 가정에 경제적·정서적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1979년 12월 제정된 교통안전진흥공단법에 따라 설립된 공단은 교통안전 전문 공공기관이다. 자동차 검사, 자동차 성능시험 연구, 운수회사 교통안전 관리 및 교육 등 다양한 교통안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망으로 이어지는 자동차사고에 대비한 사전 사후 활동이 중요해지면서 공단의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255만794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총 7만5389명이 사망하고 중증환자(1~4급)도 9548명에 달했다. 연도별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2000년 29만481건에서 2007년 21만1662건으로 감소하다 2009년(23만1990건) 다시 증가했고, 2010년엔 22만6878건으로 줄었다. 또 사망자는 2000년 1만263명에서 2010년 5505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증환자도 1026명에서 771명으로 줄었다.

이는 그동안 공단이 자동차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해온 성과다. 공단은 자동차에 대한 적절한 검사, 사고예방 교육, 도로 및 정부 정책에 대한 연구 등 모든 역량을 동원해 자동차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렇다고 자동차사고 없는 세상을 만들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공단은 자동차사고 피해자와 유자녀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자립 기반을 마련해주는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자동차사고 피해 가족을 지원하는 것은 자동차사고 피해자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사고 피해 가족 지원 사업은 자동차사고로 인해 사망 또는 중증 후유장애를 당해 생활 형편이 어려운 피해자 및 유자녀가 사회 구성원으로 건전한 사회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1999년 2월 개정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2000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원 내용을 보면 자동차사고로 사망하거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중증 후유장애 1~4급에 해당하는 장애를 입은 본인 및 65세 이상 노부모, 18세 미만 자녀가 지원 대상이다. 2012년 소득과 재산 기준은 지원 대상자와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의 생활 형편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령에 따라 수급자와 가구당 월소득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표한 당해 연도 최저생계비(4인 가구 월 149만5550원) 이하여야 한다. 또 가구당 재산은 8300만원(수도권 9000만원) 이하가 지원 대상이다. 가구당 월 건강보험료는 지역 가입자의 경우 2만원 이하(2만원 초과는 재산조사 후 지원 여부 결정), 직장 가입자는 4인가구 기준으로 4만3371원 이하일 때 지원 가능하다.

공단은 중증 후유장애자 본인에게는 재활보조금을 지급해 재활시설을 이용하거나 요양비용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사망 및 중증 후유장애를 입은 사람이 사고 당시에 부양하고 있거나 현재 중증 장애인 또는 유자녀와 생계를 같이하는 65세 이상 직계존속이나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생계도 지원하고 있다. 또 자동차사고로 사망하거나 중증 후유장애를 입은 사람의 자녀(18세 미만)에게는 성적 우수 장학생(직전 학년 학업 성적이 80% 이내 학생), 특기장학생(예체능, 과학 등에 특기가 있는 학생), 학교장 추천 장학생(초등학생) 등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유자녀 가정에는 매월 적립하는 저축액에 대해 1 대 1 매칭 방식으로 자립 지원금도 주고 있다.

공단은 지원 사업을 시작한 200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모두 23만명에게 3620억원을 지원했다. 올해도 2만4700명에게 440억을 지원할 계획이다.

공단은 자동차사고 피해자와 유자녀들이 정신적인 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희망봉사단 운영을 비롯해 심리 안정 치료 서비스, 피해 가정 주거환경 개선, 아이 돌보미 서비스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일영 이사장은 “뜻하지 않게 자동차사고를 당한 피해자와 유자녀들이 좌절하지 않고 사회에 적응하면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