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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 시인 김용택 "자연의 말을 받아 적기만 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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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 CEO 경영교실- 한경 독서리더클럽 문학기행 지상 중계

    임실 장산마을 고향집 툇마루…마당 너머로 높다란 느티나무
    37년간 날마다 바라보며 말걸어

    못하면 배우면 되지만 인성은…리더들에게 '인간' 뽑아라 조언
    섬진강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꾸밈없는 시에 담아 그려내는 김용택 시인. 그의 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최근 책 읽는 CEO들의 모임인 한경독서리더클럽 회원들과 함께 그가 평생을 살아온 전북 임실 장산마을을 찾았다. 그리고 시인의 56년 된 고향집 툇마루에 앉아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시인의 집

    방문을 열면 마당 너머로 섬진강이 흐르고, 커다란 느티나무가 보이는 곳이 내가 태어나서 자란 마을이다. 초등학교 때 집이 불타버렸는데, 온 마을 사람들이 다시 집을 세우고 지붕을 얹어 만들었다. 학교까지 걸어서 40분 걸리던 길도 사람들이 걸어서 냈다. 나는 이곳에서 사람이 같이 산다는 의미를 오롯이 찾을 수 있다. 마을 입구를 지키는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는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였다. 무엇을 먹고 마시든, 가정이나 마을의 대소사를 결정하든 늘 같이 살아야 하는 장소로서 그 역할을 했다.

    돼지 한 마리 잡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그 일을 진행하지 않는다. 대신 느티나무 아래에서 싸우든 설득하든 의견을 나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나무 아래에서 논쟁을 치고 받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엔가 합일점을 찾는다. 그렇기에 느티나무 아래는 국회보다 완벽한 의견수렴이 일어나는 장소다. 가장 완벽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곳이다.

    #자연의 말을 받아적다

    마을입구 느티나무 옆으로 그만큼 큰 느티나무가 한 그루 더 있다. 내가 27세 때 묘목 하나를 우연히 발견하고 마당 앞에 심었던 것인데, 사랑을 듬뿍 담아 키웠던 건지 5년 만에 너무 크게 자라서 집 앞 강가에 옮겨 심은 것이다. 근 37년을 매일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그리고 나무는 나에게 시를 줬다.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다.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부터 고차원적인 사고의 산물까지 자연으로부터 가능한 일이다. 글 쓰고 생각하는 것이 어렵다면 나무 하나를 정해서 그 나무와 나의 이야기를 쓰면 하나의 에세이가 나온다.

    생강나무라고도 불리는 산동백이 가장 먼저 피면 매화, 산수유, 벚꽃, 산벚꽃, 개나리꽃, 사과꽃이 차례를 지키며 피기 시작한다. 자연 빛이 연두에서 초록으로 넘어가는 계절이면 꾀꼬리가 우는 시기가 온다. 그리하여 봄의 혁명이 완성된다. 혁명과 혁신은 변화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봄은 혁명의 계절이다.

    이어 혁신 없는 여름이 시작된다. 변화는 없고 성숙해져만 가기 때문이다. 꽃피고 잎 나는 과정에는 거짓이 없고, 완벽한 혁신에 다름 아니다. 이 과정 속에서 자연이 말해주는 것을 받아쓴 것이 나의 시다. 기업에서 혁신을 고민한다면 나는 ‘봄처럼 혁신하라’고 말하겠다. 그 과정 속에서 나오는 말들을 받아쓰면 그것이 당신이 만든 기업의 히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보고, 읽고, 생각하라

    이처럼 자연과 나의 이야기는 있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처럼 시를 쓰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친구들 손에 끌려 교직 시험을 봤는데, 친구들은 다 떨어지고 나만 붙었다. 1970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시골마을 특성상 책은 많이 볼 수 없었다. 어느 날 책 파는 사람이 마을에 들어온 것을 계기로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읽게 됐다. 그 뒤로 생각이 계속 일어났고, 더 많은 책을 받아들이게 됐다. 그 생각들을 정리하다 보니 시처럼 보이는 것도 같았다. 그것을 출판사에 보냈더니 시집으로 나왔고, 이렇게 시인이 됐다.

    요즘 아이나 어른 가릴 것 없이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자연 속에서 길러지는 창의성은 상상 이상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동하는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고, 자연을 보며 자란 사람은 그 속에서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펼칠 수 있다.

    내 딸은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재원인데, 자신이 잘 자랄 수 있었던 원인을 세 가지로 꼽는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꾸준히 보여준 영화, 자연을 보고 자란 경험, 부모의 화목한 모습이 그것이다. 세상만사가 들어 있는 영화, 자연, 책 같은 것을 멀리하고 숱한 과외며 학원에 매어 있는 우리 아이들이 생각과 비평과 창의능력을 어디에서 길러야 할지 의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인간이 돼라

    리더들에게 이제는 ‘인간’을 뽑으라고 말하고 싶다. 공부 잘하는 것, 실력 좋은 것은 이제 별 쓸모가 없다. 못하면 배우면 되지만, 인성이 부족한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리고 인간을 뽑았으면 그들에게 있는 창의성과 열린 사고를 모아서 회사를 운영해야지, 리더의 생각만으로 회사를 운영하면 오래갈 수 없다.

    젊은이들에게는 ‘지금은 성공을 꿈꿀 때가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찾을 때’라고 말하고 싶다. 주민센터 같은 곳에 가보면 공무원들이 그 좋은 직장에서 왜 인상 쓰고 있는 건지 궁금할 때가 있다. 어렵게 공부해서 합격한 직장에서 기계 몇 번 꾹꾹 눌러 주민등록 서류를 뽑고 있자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돈벌이는 되지만 자신에게 아무 가치도 주지 못하는 일에 목 매달기엔 인생은 너무 길다. 한국에서 5000만명을 상대로 생각하지 말고, 전 세계 70억명을 상대로 하라. 대신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쩨쩨하게 굴지 마라. 결국 ‘인간’이 되어야 한다.

    정리=이주영 한경아카데미 연구원 opeia@hankyung.com

    ●김용택 시인은…

    △전직 초등학교 교사 △시집 ‘섬진강’ ‘꽃산 가는 길’ ‘누이야 날이 저문다’ ‘그리운 꽃 편지’ ‘그대 거침 없는 사랑’ ‘강 같은 세월’ ‘그 여자네 집’ ‘속눈썹’ 등 △산문집 ‘섬진강을 따라가 보라’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등 △수상 김수영문학상(1986), 소월시문학상(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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