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하면 안되는 일 구분…그외의 상황은 자율성 인정
최대한 많은 정보 공유해야
그래서 현장의 직원들과 본사의 관리자나 경영진 사이에는 종종 긴장감이 감돌게 된다. 직원들은 현장 결정권에 대한 자신들의 주도성을 본사에서 간섭한다고 느낀다. 반면에 본사의 관리자나 경영진들은 운영의 하나에서 열까지 본사의 도움이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회의를 느끼게 된다. 이처럼 상사는 부하직원들의 주인의식을 요구하지만, 막상 부하직원들이 주도적으로 행동하게 놓아둘 수 없는 상황을 도널드 캠벨 교수는 ‘주도성 패러독스(initiative paradox)’라고 명명했다. 관건은 직원들이 필요할 때에 주도적으로 행동하면서도 기업의 정책을 따르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이론들이 있지만, 직원들이 직장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문화가 가장 중요하게 꼽힌다. 직원들은 경영진의 반응 때문에 주도적으로 행동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어떤 직원이 조직 혁신을 추진하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현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추진 방향을 제안할 때, 해당 부서의 임원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대부분의 임원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자신이 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아프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해당 직원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승진이나 인사고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실제로 적극적으로 나서는 직원일수록 승진이 늦고 연봉도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러니 부하직원들은 쓸데 없이 나서서 욕먹는 것보다는 입 다물고 시키는 일만 잘하자는 태도로 일관하게 된다.
주도성 패러독스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목표 일치시키기(goal alignment)’다. 기업의 목표에 대한 경영진과 직원들의 관점이나 기대치가 서로 다를 때 생기는 많은 문제점 중 하나가 주도성 패러독스다. 때로는 직원들이 기업의 목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성과에 대해 너무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경영진의 제지를 당하면서도 이를 오해할 수 있다. 이런 경우라면 서로가 바라보는 목표를 맞춤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기업 목표와 주요 성과지표를 일치시키고, 이를 성과급과 연동시켜 동일한 목표를 바라보고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 서로의 관점을 일치시키도록 지속적으로 공식·비공식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경영진들이 직원들의 주도성에 대해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Do & Don’t)’ 목록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직원들이 주도성을 가져야 할 부분의 한계에 대해 소통하는 방법이다. 만약 직원들에게 이런 한계선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다면 직원들은 부적절한 상황에 과도하게 나서거나, 나서야 할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상황이 생기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직원들에게 주도성을 발휘해야 할 상황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 정보 공유도 경영진이 바라는 대로 직원들의 주도성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경영진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공유한다면 직원들은 경영진을 신뢰하게 될 것이다. 또 같은 정보를 갖기에 기대 정도도 비슷할 것이며, 따라서 직원들은 경영진이 바라는 적절한 상황에 주도성을 발휘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주도성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방법은 상호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직원들이 경영진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경영진이 제시하는 목표, 해야 할 일, 정보 공유 모두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기업의 성장이 직원의 성장과 맞닿아 있으며, 기업을 통해 개인의 성장이 이뤄진다는 것에 직원들이 공감할 때 자연스럽게 주도성 패러독스가 사라질 것이다.
이계평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