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미래의 경기상황을 판단하는 소비자심리지수(Consumer Sentiment Index, CSI)가 4월 중에 104로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것도 지난 1월에 98을 기록한 이후 4개월째 연속 상승하면서 100을 훌쩍 넘은 것이다.

경제학에서 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비자의 소비 심리와 생산자의 투자 심리는 수요와 공급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따라서 경기를 예측할때 소비 심리와 투자 심리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대상이고, 한국은행이 이들을 조사하고 측정한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정해진 패널들을 한 달에 한 번씩 전화나 이메일 등을 통해 설문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측정한다. 조사 대상자에게 현재의 경기상황과 미래의 경기상황에 대해 질문하는데, 각각의 설문에 대해 ‘매우 긍정’, ‘다소 긍정’, ‘다소 부정’, ‘매우 부정’ 등 4개의 선택항목을 주고, 각각의 응답에 1, 0.5, -0.5, -1의 가중치를 곱하고 이를 모두 합해 백분율로 환산한 다음 여기에 100을 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명의 응답자가 미래의 경기상황에 대해 10명은 매우 긍정, 60명은 다소 긍정, 20명은 다소 부정, 10명은 매우 부정으로 답을 했다면 10×1+60×0.5-20×0.5-10×1=20이 되고 응답자 100명에 대한 백분율은 20(%)가 된다. 여기에 100을 더하면 CSI는 120이 된다. 100명이 모두 ‘매우 긍정’이라고 답했다면 CSI는 200이 되고, 모두 ‘매우 부정’으로 답했다면 0이 된다. 따라서 CSI는 0부터 200 사이의 값을 갖게 된다.

경기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같으면 CSI는 100이 되므로, CSI가 100을 넘으면 경기상황을 좋게 보는 사람이, 100보다 낮으면 안 좋게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소비지출은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GDP(국내총생산) 가운데 55% 선을 차지하고, 미국의 경우는 70% 선에 달한다. 따라서 앞으로 경기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판단은 소비자들이 향후 지갑을 얼마나 열 것인지를 보여줌으로써 경제성장 추세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이다. 경제성장에 관한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소비동향이 어떻게 되었는지가 맨 먼저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CSI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설문을 통해 조사한다는 방법상의 한계 때문에 때로는 경기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4월 중 물가가 낮아졌고 경상수지도 흑자를 보여 지표상으로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물가가 낮아진 것은 수요의 위축을,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 수입 모두의 감소로 불황형 흑자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해서 불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소비심리지수의 상승이 제비가 물고 온 박씨이길 기대해본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 교수·경제학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