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믿을 만한 결혼정보 회사는 어디인가요?’ ‘여성이 싫어하는 남성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포털 사이트나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고민 글이 아니다. 개인이 최근 한 설문조사 업체를 통해 실제 설문조사한 내용이다. 기존 리서치 회사를 이용할 경우 수백만원이 드는 설문조사를 이 의뢰인은 단돈 몇 만원에 해결했다.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해 설문 비용이 대폭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설문조사 대중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실시간 알림 기능, 간편한 설문 참여 등 모바일 기기의 특성을 이용해 비용이 싸고 결과도 신속하게 나와 새로운 설문 조사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

아이디인큐가 운영하는 모바일 기반 설문조사 서비스인 ‘오픈서베이’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기존 리서치 회사보다 설문조사 비용이 수십배 이상 저렴하다.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1개 문항에 3만원, 5개 문항에 5만원밖에 안된다. 1000명을 대상으로 30개 문항을 설문조사해도 160만원에 불과하다.

오픈서베이는 이용방법도 간단하다. 설문 의뢰자는 ‘오픈서베이(www.opensurvey.co.kr)’ 사이트에서 설문 내용을 작성하고 설문 대상자를 정한다. 설문 대상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인 ‘오베이’ 가입자로 설문 대상에 맞는 오베이 이용자에게만 설문지가 전송된다. 오베이 이용자는 설문 대가로 사이버 머니를 받아 커피, 영화예매권 등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설문에 응한다. 설문 시간도 3분이 넘지 않아 거부감도 적다. 오베이 가입자는 4만명이 넘는다. 김동호 아이디인큐 대표는 “기존 리서치 회사에 비해 인건비를 크게 아낄 수 있고 모바일 인프라를 이용하기 때문에 설문 비용을 싸게 책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19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오픈서베이는 5개월 동안 250여건의 설문조사를 수주했다. 일반 기업이 25% 정도로 가장 많이 이용했고, 보고서나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생·대학원생 20%, 연구기관 10% 등으로 이용층이 다양하다. 개인적인 용도로 설문을 의뢰한 사람들도 10%나 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기 위해 이용했고 신문사 방송사 등도 기사 자료로 쓰고 있다.

이용자들은 이 서비스를 마냥 싸다고 찾는 것은 아니다. 설문 응답자의 응답 패턴을 여섯 가지 변수로 나눠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신뢰도를 높이는 기술을 계속 도입하고 있다. 몇몇 기술은 특허를 냈다. 지난 총선 전 오픈서베이를 통해 파악한 예상 투표율은 56%로 실제 결과(54.3%)와 큰 차이가 없었다.

설문 결과를 빨리 얻을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보통 설문 조사를 하고 관련 보고서가 나오는데 2주 이상 걸리지만 오픈서베이로는 2~3시간이면 가능하다.

지난해 국내 설문조사 시장 규모는 4000억원으로 추산되며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시장이 커지고 있다. 기존의 전화, 대면, 온라인에 모바일까지 설문 조사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관련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오픈서베이를 만든 이들은 만 25세 청년들이다. 아이디인큐는 김동호 대표, 추승우 개발이사, 이성호 사업이사가 설립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 1회 졸업생인 이들이 의기투합해서 오픈서베이를 만들었다. 아이디인큐는 최근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로부터 15억원을 투자받는 등 유망 벤처회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중소기업청의 실리콘밸리 진출 지원사업에 선정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사무실을 무료로 쓰며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