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카드수수료 '솔로몬 해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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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시스템은 '공공재 서비스', 수수료 변경 전제는 소비자 혜택
포퓰리즘 편승 단기처방 경계를
이명식 < 상명대 경영학 교수 / 한국신용카드학회장 mslee@smu.ac.kr >
포퓰리즘 편승 단기처방 경계를
이명식 < 상명대 경영학 교수 / 한국신용카드학회장 mslee@smu.ac.kr >
이를 위해 먼저 카드 가맹점 수수료 갈등의 본질이 공공재(公共財) 성격을 띠고 있는 신용카드의 지급결제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에 대한 인식이 고려돼야 한다. 이번에 개편된 가격설정구조는 원가기준에 입각한 호주식 접근방법을 취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은 많은 단점을 노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카드사원가는 직접원가, 간접원가, 관련 노무원가 등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수반되는 여러 세부적인 항목별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는 보는 관점에 따라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아울러 원가구조를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보니 건당 거래금액이 작은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의 수수료율이 대폭 높아지는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카드의 대표적인 속성인 양면시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가맹점수수료 인하에만 치중해 정책을 설계하다 보니 연회비 상승이나 부가서비스 감소 등 소비자의 부담이 크게 늘 수도 있다. 이런 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공공재로서의 지급결제시스템을 어떻게 유지·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대전제를 놓고 그 안에서 구성원들의 상호 동의 하에 비용을 분담하는 형태로 접근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카드가 지급결제시스템에서 영속적으로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카드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생물학적 생태계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유효성과 생존을 위해 상호연결된 구조를 특징으로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카드사, 가맹점, 회원, 프로세싱회사 등은 느슨하게 연결된 네트워크 내에서 상호의존하고 협력하며 상대방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복잡한 관계를 통해 카드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카드사는 정부의 카드활성화 정책으로 크게 수혜를 받아왔으므로 카드생태계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대형가맹점은 그동안 강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수수료 인하와 회원 관련 서비스 수수료 인하 등의 혜택 및 카드사가 실시하는 마케팅효과를 가장 많이 받아 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제는 그 혜택을 카드생태계에 일부 환원하고 비용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이런 기능이 시장경제 하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신용카드의 본질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정부의 자세가 필요하다. 즉 신용카드를 사용할 자격이 있는 소비자들만이 신용카드 회원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상점이 신용카드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제도를 폐지해 상인들이 효익이 없다고 판단될 때는 언제든지 가맹점을 탈퇴하거나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용카드의 지급결제서비스는 고도화된 소비시대에 모든 국민들이 향유하고 보호해야 할 공공재적 서비스다. 따라서 신용카드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포퓰리즘에 편승해 단기적인 처방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혜택의 총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기적인 처방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명식 < 상명대 경영학 교수 / 한국신용카드학회장 mslee@sm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