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더프너를 우승으로 이끈 승부처는 16번홀(파4·355야드)이었다. 그는 이 홀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맞닥뜨렸다. 티샷한 볼이 페어웨이 왼쪽 해저드에 떨어진 것. 물이 찰랑거리는 경계선에 멈춘 볼을 치려면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물속에는 악어가 헤엄치고 있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눈물을 머금고 드롭을 선택했다. 1벌타를 받고 볼이 최후로 해저드 경계선을 통과한 지점과 홀을 연결하는 후방선상에 드롭했다. ‘3온’을 해서 파세이브를 노려야 하는 상황. 92야드를 남기고 그가 친 샷은 핀에서 우측으로 13m나 멀어졌다. 핀이 왼쪽 해저드쪽에 꽂혀 있다 보니 생각보다 볼이 훨씬 우측으로 향했다. 이를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은 이번에도 그의 우승이 날아갔다고 생각했다.

13m에서 투어 선수가 퍼팅에 성공할 확률은 4%라는 자막이 TV 화면에 비쳤다. 라인은 오르막을 넘은 뒤 내리막으로 이어졌다. ‘홍두깨 그립’을 한 그의 스카티 카메론 퍼터를 떠난 볼은 라인을 타고 구르더니 홀의 한가운데로 빨려들어갔다. 그의 ‘클러치 퍼팅’이 떨어지는 순간 어니 엘스도 17번홀(파3)에서 4m 파퍼팅을 성공시키며 갤러리들을 열광시켰다. 이 퍼팅에 실패했다면 더프너는 연장전에 진출할 수 없었다. 그는 17번홀(파3)에서도 티샷이 그린 우측으로 벗어났으나 페어웨이 우드로 칩샷을 해 파세이브를 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