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화가 이왈종 씨가 와인과 막걸리, 초콜릿의 포장 디자인에 자신의 작품 ‘제주 생활의 중도’ 시리즈를 담아 예술상품으로 선보였다.

지폐 5000원권의 율곡 이이와 5만원권의 신사임당 초상화를 그린 화가 이종상 씨는 ‘독도’ 시리즈를 조명기기 형태의 아트라이트 상품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숙자 지석철 씨 등은 스카프에 그림을 넣고, 김충식 씨는 타일과 작품을 접목했다.

이처럼 화가들의 그림을 각종 상품과 접목한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작품과 상품의 공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본 팝아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와 루이비통, 데미안 허스트와 리바이스, 제프 쿤스와 BMW의 컬래버레이션이 주목받은 가운데 국내 유명 화가들이 와인 라벨과 의류, 가방, 스카프, 머그잔, 초콜릿 등의 아트상품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작가와 기업이 미술과 상품의 연계를 통해 로열티 수입과 작품 홍보, 프로모션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컬래버레이션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왈종 씨는 최근 농업법인 산들벗(대표 정무균)과 손잡고 머루와 블루베리를 원료로 한 ‘마지끄무주 왈종 스페셜 아트와인’을 내놨다. 블루베리를 이용한 ‘서귀포 왈종 막걸리’도 선보였다. ‘제주 생활의 중도’ 시리즈를 와인과 막걸리 포장 디자인에 반영한 것이다.

국산 머루의 맛을 살린 와인은 1병짜리와 2병짜리 세트로 구성돼 있으며 한 병(750㎖)에 5만원인데 벌써부터 인기다. 앞서 한정품으로 내놓은 청도 감 와인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건배주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건배주로 사용돼 화제를 모았다.

젊은 팝아티스트 찰스장은 금양인터내셔날과 함께 ‘1865 하트 에디션’ 라벨에 사랑을 의미하는 ‘하트’와 선물을 상징하는 ‘리본’ 그림을 실었다. 사진작가 배병우 씨도 스페인 티센뮤지엄 전시 후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와인 ‘머큐리’ 라벨에 사진작품 ‘소나무’를 인쇄했다.

그림으로 예술 스카프를 만든 이숙자 정미조 지석철 김일해 김춘옥 신지원 장혜용 홍순주 씨, 조명을 활용한 아트라이트의 이종상 이두식 전준엽 주태석 이석주 김병종 씨, 머그잔과 접시에 작품을 새긴 이우환 씨, 벽지에 그림을 디자인한 남정예 씨, 의류 및 가방에 작품을 담은 육심원 씨 등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휴대폰과 예술작품을 연계한 작가들도 등장했다. 강영민 씨와 엄정호 이상민 윤세열 아트놈 등 젊은 화가 6명은 삼성전자와 협업으로 갤럭시노트로 제작한 작품을 서울 방배동 갤러리 더 페이지 서래점에서 전시하고 있다.

이들의 작품 이미지는 갤럭시 노트 마이크로사이트(www.howtolivesmart.com/galaxynote)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다.

‘컬래버레이션 작가’들 중 이두식 전준엽 이석주 김병종 씨 등 50여명은 내달 5~25일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센터(02-6262-8114)에서 대규모 아트라이프전을 갖고 대중과 직접 만날 계획이다.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대표는 “미술품이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드는 요즘 작품과 상품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경향의 ‘아트 라이프’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화가들이 작품과 상품의 만남을 통해 미술 애호가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기업은 기업대로 홍보 효과를 높일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