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3개국에 동시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달 초 삼성 금융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성장동력 강화를 주문한 데 따라 해외업체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59·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올해는 현지 업체를 인수하거나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양생명이 매물로 나왔지만 M&A를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며 “국내 업체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연간 수입보험료는 약 23조원으로 전체 23개 생보사(87조원)의 26%다. 국내 점유율을 늘리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데 무게를 두고 회사를 키워가겠다는 전략이다.

박 사장은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보험사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고 베트남에선 합작사를 만들어 점진적으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전했다.

ING생명 아시아·태평양법인 인수와 관련, 박 사장은 “최근 투자안내문을 받았는데 응찰 조건이 꽤 까다롭더라”며 “아·태법인 중 말레이시아만 따로 떼어 팔면 인수를 추진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ING생명 한국 법인과 일본 중국 인도 홍콩 태국 등 다른 법인엔 별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KB금융지주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ING생명 인수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있던데 전혀 그럴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박 사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변액연금 상품과 관련, “수수료를 먼저 떼지 않고 나중에 떼거나 전 기간에 걸쳐 분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보험시장은 외국과 달리 월납 방식이 보편화됐고 수수료를 먼저 떼는 관행이 정착됐다”며 “때문에 저축성 보험의 사업비가 초기에 집중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처럼 일시납이나 연납 방식을 확대하는 한편 수수료를 후취하는 방안을 당국과 함께 정밀하게 연구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소비자연맹이 연금상품 수익률이 저조하다고 발표한 데 대해선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박 사장은 “금소연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잘못된 계산법으로 고객 혼란을 야기시켰다”며 “영업이 위축되는 등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미국에선 소비자단체가 도요타자동차로부터 대규모 리콜을 이끌어냈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다만 미국 소비자단체는 철저한 전문성으로 무장했다는 점에서 한국과 다르다”고 했다. 금소연이 통계를 내는 과정에서 오류를 범하는 바람에 혼란이 커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사장은 은행권과 차별화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올초 ‘패밀리 오피스’라는 가문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는 “가문관리는 선진국에선 이미 보편화됐다”며 “그룹 계열사의 국내외 인프라를 동원하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