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큼 쏠림현상이 심한 나라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2007년 전후로 주식형펀드에 100조원 이상이 몰렸고, 지난해 상반기까지 자문형 랩어카운트(자문형랩)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코스닥 정치테마주가 위험천만하다고 아무리 경고해도 ‘대박’을 꿈꾸고 손을 대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전문가에게 투자를 맡기는 간접투자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동환 리딩투자자문 대표이사(사진)는 “간접투자 시대가 왔어도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투자하고 나서 ‘나 몰라라’하는 투자자들의 무관심이 대표적이다. 펀드나 자문형 랩에 거금을 쏟아 붓고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투자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성공적인 투자의 출발점은 ‘왜 투자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것”이라며 투자자 스스로 적극적인 투자주체가 되는 자기주도형 투자를 강조했다.

“금융 소비자가 편입종목이나 포트폴리오 구성을 결정할 때 소외되는 간접투자는 문제가 있습니다. 금융회사는 투자자들의 자기주도형 투자를 보조하면서 성공적인 투자를 거둘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김 대표는 자기주도형 투자의 중요성을 얘기할 때마다 유럽의 사례를 예로 든다. 유럽의 귀족들은 법률·재정 문제를 해결할 때 변호사·회계사의 도움을 받지만, 최종 결정은 스스로 내린다는 것. 그는 “한국도 개인들이 변호사·회계사 같은 금융시장 전문가를 필요할 때 불러다 쓰는 시대가 왔지만, 자기주도형 투자가 정착되지 않으면 손실 가능성은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국내 자본시장에서 개인들의 투자방식은 직접투자와 간접투자,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김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투자하기에는 여전히 전문성 부족을 감당하기 어렵고 탐욕과 공포를 제어하기도 힘들다”며 “그렇다고 간접투자가 ‘진정 나를 위한 투자를 해 줄 것인지’에 대한 의혹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자문형랩의 인기가 솟구칠 때 뒤늦게 이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가 당시 주도주였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을 고점에서 매입해 큰 손실을 본 것은 간접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리딩투자자문은 모회사인 리딩투자증권과 함께 자기주도형 투자에 대한 철학을 담아 최근 ‘포도(PODO)’라는 자문형 상품을 출시했다. PODO는 ‘투자자를 위해 디자인된 포트폴리오(Portfolio Designed for Owner)’의 약자로 ‘고객이 투자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상품’이라는 의미다.

이 상품은 투자자가 자신의 성향과 투자목표를 설정하도록 도와주고 자문사가 구성한 자산배분과 포트폴리오를 능동적으로 선택하도록 설계됐다. 포트폴리오가 구성된 이후의 투자비중 조정이나 신규투자 시점 결정 등 기술적인 부분은 김 대표를 비롯한 전문가가 맡는다.

김 대표는 영국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치고 현지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하다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국내로 돌아왔다. 하나IB증권 자본시장실장(이사)을 거쳐 리딩투자증권에서 대체투자본부장(전무)을 지냈다. 20년 동안 주식·채권뿐 아니라 파생상품·해외투자 등을 두루 섭렵했다.

그는 “간접투자에 따른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3년 국채 수익률이 연 3.5%인데, 연 수수료가 2~3%에 달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PODO는 일반 운용 수수료를 0.5~1.0%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일정 수익률 이상을 달성했을 때 받는 성과보수를 더 받도록 했습니다.”

최근 불안한 증시상황에서 투자해볼 만한 종목을 묻자 “우리도 모르는 사이 변화하는 중국 산업구조에 스며들고 있는 기업에 주목하라”는 답을 내놨다. 김 대표는 “거대한 시장인 중국이 내수 강화를 선언하고 있어 자동차 TV 등 주요 제품이 중국산으로 빠르게 대체될 우려가 있다”며 “중국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인지 모르게 소비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대표적으로 중국시장에서 성장성이 높은 게임주와 음악 영화 등 콘텐츠주, 소프트웨어주 등을 꼽았다.

김 대표는 “알려지지 않은 저평가 알짜주를 발굴하듯 채권 해외시장 파생상품 등에서도 고객에게 숨은 기회를 찾아 제공하는 것이 자문사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