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익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면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주가의 변동성이 높아지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안정성에 맞춰지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은 주가연계증권(ELS)과 주가연계펀드(ELF)를 꼽을 수 있다. ELS는 특정 종목이나 주가지수 등락에 연계해 일정 조건 충족시 10~20%의 수익을 추구하는 파생상품이다. ELF는 ELS를 담고 있는 펀드다.

이들 두 상품은 해당 종목의 주가나 지수가 절반 가까이 폭락하지 않는 한 일정 수준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시장의 수익 수준을 따라가며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상품이다.

○신규펀드 절반은 ‘ELF’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ELS는 지난 3월 5조5000억원 규모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ELS 광풍’이란 말이 나돌 정도다. ELS로 투자 자금이 쏠리자 자산운용사들도 ELS에 투자하는 다양한 ELF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4월26일 기준) 설정돼 있는 ELF 개수는 280개이고 설정액은 총 2조35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 출시된 국내 신규 펀드의 절반가량은 ELF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까지 ELF를 내놓은 운용사 중에서는 신한BNP파리바가 총 68개, 1조926억원의 설정액으로 가장 많다. 동부(49개, 967억원), 하이(34개, 1600억원), 메리츠(19개, 1300억원)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당분간 증시가 큰 폭의 변동성 없이 박스권 안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면서 일정 수준의 수익을 추구하는 ELS와 ELF로 쏠리고 있다”며 “주가에 대한 기대수익이 높아지지 않는 한 하반기까지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익률도 국내 주식형 앞서

ELF의 수익률도 현재로선 양호한 편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특정 종목만 집중적으로 오르는 쏠림현상과 업종별 순환매가 최근 되풀이되면서 수익률이 월별로 들쑥날쑥한 반면 ELF는 꾸준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ELF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은 9.16%로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수익률(6.79%)을 웃돌고 있다. ELF의 최근 6개월 평균 수익률은 14.44%에 달한다.

ELF의 장점은 투자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ELS에 투자하기 위해선 증권사마다 제각각 다른 조건을 다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ELF는 자산운용사가 전문가 분석을 토대로 ELS를 선별해 펀드에 담는다.

신한BNP파리바 관계자는 “개인들은 기초자산, 수익구조 등 복잡한 조건으로 발행되는 ELS의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고 투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ELF는 일정 비용만 부담하면 자산운용사가 시장 상황에 적합한 ELS만 골라 투자하기 때문에 일반투자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쉽다”고 설명했다.

ELF에 편입되는 ELS는 개별 주가나 지수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원금보장형, 원금부분보장형, 원금조건부보장형, 원금비보장형 등 상품 유형도 여러 가지다. ELF의 수익 구조도 ELS와 동일하다. 원금비보장형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스텝다운형 구조의 ELF는 지수가 일정 범위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기간에 따라 사전에 정해진 수익이 지급된다. 또 일정 조건 충족시 조기상환도 가능하며 지수 하락 구간에서도 수익을 내는 게 가능하다.

일반인들이 가입할 수 있는 공모 ELF는 ELS 분산투자를 통해 신용위험을 최소화한다. ELS를 발행한 증권사가 최악의 경우 부도를 내 손실을 볼 수 있어서다. ELF는 통상 네 곳의 증권사가 발행한 ELS를 나눠 담는다. 다만 만기 연장이 가능한 사모 ELS와 달리 공모 ELF는 만기가 정해져 있어 일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마이너스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