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우리나라가 발행한 원화 국채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외환보유액으로 일본 국채를 매입해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정부가 한국 국채 매입을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다.

아즈미 준 일본 재무상은 27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국채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3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한국 측과 국채 매입을 협의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밝혔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이날 일본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한국 국채를 매입하겠다는 방침을 한국 정부에 전달해 승낙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한·일 양국은 그동안 상호 국채투자와 관련해 투자 여부, 규모, 시기 등 전체 틀을 어떻게 짤 것인지 협의해왔다”며 “아직까진 검토단계”라고 밝혔다.

개별 국가가 중앙은행을 통해 다른 나라 국채를 매입하는 것은 국채를 발행한 정부의 승인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한·일 양국 간 자본 이동은 동아시아뿐 아니라 국제금융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도 미리 우리 정부에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 차관보는 이와 관련, “양국이 서로 국채를 사고팔 때 시기와 규모 등을 미리 알려주는 ‘신사협정’을 맺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국채를 사들이려는 것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국 국채에 집중돼 있는 외환보유액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차원”이라며 “아시아 시장 전체로 봤을 때 미국 달러 이동에 따른 변동성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은 중국과도 지난달 위안화 국채를 최대 103억달러어치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해 10월에는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위기 시 외화를 융통할 수 있는 통화스와프 규모를 130억달러에서 700억달러로 확충한 바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