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1년이 넘었지만 사고 수습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원자로 냉각 상태는 유지되고 있지만 방사능 오염 토양과 오염수 처리 문제는 아직도 해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2012년 1월28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접 피해 지역의 3분의 1에 달하는 약 92㎢ 지역에 대한 방사능 오염 제거 작업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의 오염 제거 기술로는 방사선량을 사람이 살 수 있는 기준치 이하로 낮출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술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이들 오염 처리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도 사고 수습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일본 민간 연구기관에 따르면 사고에 따른 오염 제거와 오염 토지 보상, 원자로 폐로 등에 투입되는 비용이 앞으로 10년간 76조~26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후쿠시마 사고는 원자력 발전에 따르는 결정적인 문제를 분명히 보여줬다.

이런 까닭에 후쿠시마 사고 직후 독일은 2022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겠다고 선언하고 풍력,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독일에 이어 스위스와 벨기에도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의 단계적인 폐쇄를 선언했고 이탈리아 대만 등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중단했다. 이들 국가는 모두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해 원자력 발전을 대체하겠다는 대안을 선택하고 있다. 이런 선택에는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경제성 또한 크게 진전됐다는 점도 작용했다. 세계 재생가능에너지협회들에 따르면 현재 발전 단가가 높은 태양광의 경우도 설비가 빠르게 늘고 있는 독일에서는 2017년 화석연료보다 발전 단가가 낮아지는 ‘그리드패리티’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2010년 전 세계적으로 설치된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가 총 381GW에 달해 원자력 발전소 설비 375GW를 넘어섰다.

재생가능에너지가 빠른 성장으로 경제성이 개선되는 반면,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은 낮아지고 있다. MIT 연구팀은 2003년 금융 비용을 제외한 원전 건설 비용을 ㎾당 2000달러로 예상했지만 2009년에는 ㎾당 4000달러로 급등했다. 2009년 케임브리지 에너지연구협회에 따르면 과거 10년 동안 원전 건설 비용은 매년 15%씩 상승했다고 한다. 현재 프랑스 플라망빌에 건설되고 있는 원자로는 발전 단가가 풍력 발전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 발전 단가가 낮게 책정될 수 있는 것은 단가에 포함돼야 할 비용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도 밝혀지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일본의 ‘발전단가 검증위원회’가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발전 단가에 포함시켜 계산한 결과 원자력 발전은 화석연료에 비해 결코 싸지 않다는 결론도 나왔다. 즉 사고 위험 대책 비용, 원전 입지에 관한 교부금이나 연구개발비를 발전 단가에 포함시킬 경우 이전 가격 ㎾h당 5.9엔보다 많은 ㎾h당 8.9엔으로 증가해 석탄 발전과 유사하거나 높아졌다고 한다. 발전 단가에는 원전 유지비가 포함되는데, 이 원전 유지비에 무엇을 포함시키는가에 따라서 원자력 발전 단가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유지비에 원자로 폐로 비용이 들어갈 경우, 폐로 비용의 상승도 발전 단가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선 원전 폐로 비용을 3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실제 폐로에는 1조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전 중심의 전력 발전은 또한 비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강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원전이 전체 전력 공급의 75%를 차지하는 프랑스의 경우 가정에서의 전기 난방 보급률이 가장 높은데 이는 원자력 발전이 갖는 구조적 특성에서 초래된 것이다. 출력 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성되는 전기는 수요에 상관없이 일정 생산량을 보여 상시적으로 남아도는 전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가 에너지의 가장 비효율적인 사용을 부추기는 전기 난방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전기 과소비를 부추기는 원전 중심의 전력 시스템으로 인해 프랑스는 겨울이면 전기 수입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2월 한파로 인해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프랑스는 원전 8기 가동이 멈춰 있던 독일로부터 전력을 수입해야만 했다. 우리나라도 원자력 발전 비중이 높아진 1985년부터 원전에서 남아도는 전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심야 전력을 도입하고 전기 요금 인하를 계속해온 바 있다. 전기 요금 인하는 다시 전기 소비를 늘리고 늘어난 소비에 부응해 원전을 추가 건설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돼온 것이다.

한국 정부는 2008년 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원자력 발전 비중을 설비 기준으로 2008년 24%에서 2030년 41%로, 발전량 기준으로 36%에서 59%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각각 세운 바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정부는 이 계획에 따라 2024년까지 신규 원전 13기 추가 건설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원전 중심 정책은 앞서 보았듯 악화되고 있는 원전의 경제성, 원전 사고 위험과 방사능 폐기물의 후세대 이전이라는 문제 등에 비춰볼 때 지속가능한 정책이 아니다. 이들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원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장기적으로 원자력 의존율을 낮추고 이를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 충당하는 전략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현재 1% 남짓한 전기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 설비 확대 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전기의 지속적인 소비 증가를 야기하고 있는 현재의 공급 위주 전력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전기 난방 등 비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억제하고, 전기 요금 현실화, 효율 높은 전기 동력기 대체, 조명 대체 등 수요 관리 정책에 집중해 산업 분야에서 절대적인 전기 사용을 줄여야 한다. 이런 전환 정책은 궁극적으로 국내에서도 원전 폐쇄를 고려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박진희 < 동국대 교수 >

△베를린공과대 과학기술사 박사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 졸 △전공분야: 과학기술사, 기술사회학, 과학정책, 에너지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