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알선수재 혐의로 소환 조사한 검찰의 칼끝이 26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사진)을 정조준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부터 박 전 차관을 본격 수사한다”고 선전포고했다.

검찰의 수사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양재동 복합물류단지 인허가와 관련한 금품수수 의혹(대검찰청)과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지시 의혹(서울중앙지검)이다. 이미 검찰은 지난 25일 대검과 서울지검의 수사관들을 각각 보내 박 전 차관의 서울 용산 아파트와 대구 선거사무실 등 세 곳을 압수수색했다.

양재동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선 이정배 파이시티 전 대표의 ‘10억원 전달’ 진술이 있다. 이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2008년 1월 박 전 차관이 이사를 해야 하는데 돈이 급히 필요하다고 이동율을 통해 연락이 와 10억원을 이동율을 통해 계좌로 보냈다”고 말했다. 당시는 박 전 차관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에서 총괄팀장으로 있으면서 ‘실세’로 통했던 시절이다. 이 전 대표는 “가끔 만나면 고맙다고 하기에 나도 돈이 전달되고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전 차관은 앞서 수사가 시작된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의혹 사건의 ‘몸통’으로도 지목됐다. 불법사찰의 증거인멸을 위해 사용된 ‘대포폰’에 박 전 차관의 착·발신 기록이 남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제의 대포폰은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2010년 7월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하며 건넨 것이다.

이와 관련, 민간인 불법사찰을 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원인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불법사찰 문건 중 BH(청와대) 하명이라고 쓰여진 자료 이외 ‘총리실 하명’이라고 써있는 자료도 다수 있었다”고 폭로해 파문이 예상된다.

A씨는 “우리 팀(점검1팀)은 총리실 소속이었지만 모든 감찰·사찰 기록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구속)에게 직보됐다”며 “당시 정운찬 국무총리도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고 있어 총리실로부터 하명이라는 식으로 지시가 내려올 리가 없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했던 이 전 비서관은 지원관실 내 핵심인 점검1팀으로부터 수시로 보고를 받았고 이 전 비서관의 위세에 눌린 총리실은 아예 지원관실과 업무 협조나 정보 공유는 생각지도 못했다. A씨는 “총리실 하명이라고 쓰여진 문건을 보면서 팀원들은 이상하다고 느꼈다”며 “이 전 비서관보다 직급이 높은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이나 누군가가 총리실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감찰 및 사찰을 지시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전 차장은 2009년 1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총리실 국무차장이었다.

A씨의 증언 취지는 총리실 하명이라는 명칭은 총리실에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3~4명밖에 없고, 업무구조상 박 전 차장이 이 업무의 지휘자였다는 것이다. 불법사찰의 윗선 개입 의혹을 폭로한 장 전 주무관도 이와 관련해 “당시 나도 (총리실 하명이라고 쓰여진) 문건을 봤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0년 불법사찰 1차 수사 당시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가 지난달 말 KBS새노조가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문건 2619건을 공개한 뒤 관련 수사를 벌이다 사실 관계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