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시블(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애플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겠다.”

조수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사장(사진)이 “애플은 고객사이자 경쟁사로 OLED 패널을 우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생산하기 전에는 절대 제품에 넣지 않겠지만 우리가 플렉시블 OLED나 투명 OLED를 만들면 안 쓰고 싶어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5일 대전 KAIST 전기전자과에서 열린 특강에서다.

SMD는 2007년 세계 최초로 OLED 패널 양산에 들어가 세계 시장의 97%(2011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OLED는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 이어 모토로라 ‘드로이드 레이저’, 노키아 ‘루미아 900’에 채택되는 등 스마트폰의 주력 디스플레이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은 LCD(액정표시장치)를 고집하고 있다.

SMD는 차세대 플렉시블 OLED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 2월 “1년 안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될 것”이라며 “얼마나 휘어지느냐가 문제인데 소재 등 기반이 되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2000년 일본전자업계 임원이 ‘OLED 개발은 불가능하다. 후지산을 물구나무서서 올라가는 것과 같다’고 했다”고 소개한 뒤 “현재 세계에서 단 한 군데 삼성만 양산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15년 동안 끝까지 해낸다며 매달린 엔지니어의 고집과 뚝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바 소니 히타치 등 일본 회사들이 재팬디스플레이를 설립해 OLED 개발에 뛰어들었고 중국은 정부 주도 아래, 대만은 AUO가 쫓아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SMD 관계자는 “후발 주자들과의 기술 격차는 약 1년 반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유지하려면 인재들이 비전을 갖고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MD와 KAIST는 2월 OLED 원천기술과 핵심인력을 양성할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