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코리아(대표 김상일)는 이른바 ‘히든 챔피언’이다. 히든챔피언이란 특정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지만 아직 대외적으론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을 말한다. 에스엠코리아가 히든챔피언인 부문은 바로 자동차부품가공기 분야다.

이 회사는 자동차부품을 가공할 수 있는 다양한 머더머신(mother machine)을 공급한다. 머더머신이란 ‘기계를 만드는 기계’라는 뜻. 에스엠코리아가 공급하는 머더머신은 쇠를 가공하는 바리모터, 다축드릴헤드, 헤드유닛, 인덱스머신 등이다.

일단 이 회사의 파주공장을 찾아가보자. 파주 탄현분지에 자리잡은 대지 3300㎡ 규모의 이 회사 공장 안에 들어서면 수많은 산업로봇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누구든 이 공장 안에 들어서면 인덱스테이블 앞에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이 제품은 독일과 일본이 전 세계시장을 점유해온 기계다.

그러나 에스엠코리아가 이 기계를 일본 마쓰모토와 기술제휴로 개발했다. 기술개발이 가능했던 것은 국내에서 기계가공설계분야에서 최고 수준을 갖춘 양미석 이사를 비롯한 7명의 기술진이 밤잠을 설치며 인덱스테이블 연구에 힘을 쏟은 덕분이다. 또 머시닝센터 설계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일본의 이타자와 타다시 씨를 전무로 초빙해오면서 더 힘을 얻어 개발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독일기계들이 이 분야를 장악해왔다. 국내 자동차부품 가공업체들은 벤츠나 BMW에서 성능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이유를 독일의 우수한 부품가공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2년 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에스엠코리아가 이 시장을 조용히 점유해나가고 있어서다. 국내 자동차생산업체인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은 에스엠코리아가 공급하는 기계를 대거 채택했다. 더욱이 중국 베이징에 있는 베이징현대에서도 이 회사가 공급하는 머더머신을 설치하고 있다.

에스엠코리아는 머더머신만 공급하는 게 아니다. 이 회사는 일본 스기노머신의 독점대리점으로서 기계가공 고압세척기(데버링머신)를 공급한다. 실제 자동차회사들은 엔진을 완벽하게 만들어놓고도 엔진 안에 묻어있는 쇳가루와 먼지를 제대로 씻어내지 못해 엔진의 성능을 극대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회사가 공급하는 데버링머신은 이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준다. 데버링머신이 엔진 안에 남아있는 단 한 톨의 먼지도 남기지 않고 세척해줘서다.

이 데버링머신의 세척압력은 ㎠당 0.5t에 이른다. 이 시스템은 한국의 승용차가 세계시장에서 각광받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외에 에스엠코리아는 자동진동방지기, 슈퍼롤, 스마트제트, 신크로테퍼 등도 공급하고 있다.

에스엠코리아의 김 대표는 ‘뿌리경영’의 창시자다. 그는 나무를 보면 줄기 가지 잎 열매는 눈에 보이지만, 뿌리는 절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업도 나무와 꼭 같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우리는 기업을 평가할 때 항상 눈에 보이는 것만 평가하는 바람에 가장 중요한 뿌리부분을 놓친다는 것이다. 뿌리는 땅 밑에 있어 절대 보이지 않지만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기 쉽다는 것이 그의 지적.

그렇다면 기업의 뿌리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그는 “기계는 언제나 정직하다”고 강조한다. “사람은 가끔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기계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정직한 기계를 공급하기 위해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신뢰’라고 힘주어 말한다.

김 대표는 지난 27년동안 일본을 1000번 이상 방문했다. 일본의 머더머신을 굴삭기업체 등 국내 기계제조업체에 공급해주기 위해서였다. 특히 그는 세계 최고의 머더머신업체인 스기노머신의 국내대리점을 담당하면서 단 한 번도 일본기업들과 신뢰를 저버린 적이 없다.

일본 도야마에 있는 스기노머신 본사 회의실에서 기자와 만난 스기노 다카라 스기노머신 대표는 “김상일 대표는 지난 27년간 단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는 신뢰받는 기업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 스기노머신은 최근 항공기 구조재를 가공할 수 있는 드릴 유닛을 개발해냈다. 스기노머신이 개발한 이 드릴 유닛을 활용하면 알루미늄과 특수소재를 조합한 항공기용 복합소재를 정밀하게 가공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에스엠코리아는 한국기계제조업체들이 항공기제작기술을 일반기계생산에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 항공기용 드릴러는 재질이 다른 복합재를 단번에 가공하는 용도로 쓰일 전망이다. 이제 한국기업들도 항공기부품 제작에 본격 참여해야 할 때가 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 간 신뢰가 더욱 깊게 뿌리를 내려야 할 것이다. 히든 챔피언이란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끝까지 신뢰를 지키는 기업인이 차지하는 최고의 월계관이 아닌가 한다.

이치구 한국경제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