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사진)은 25일 KAI 인수 의향을 묻는 질문에 “내놓은 지분을 왜 다시 사겠느냐”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삼성이 KAI 인수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있는데 사실무근”이라며 “인수할 계획이 없고 내부적으로 검토조차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KAI는 1999년 삼성테크윈과 현대우주항공, 대우중공업의 항공기 사업 조직 통합으로 설립된 국내 최대 민·군수 항공기 제작업체다. 주요주주는 정책금융공사(26.4%), 삼성테크윈(10%), 현대자동차(10%), 두산(10%) 등이다. 최근 정책금융공사는 자사 지분 10%를 비롯한 삼성테크윈 현대자동차 두산 지분 각각 10%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25일 종가(2만7500원) 기준 KAI의 시가총액은 2조6800여억원으로 총 40%의 지분을 매각하면 시가 기준으로 예상 매각 금액은 1조1000억원 정도다. 업계에서는 KAI 지분 매각가를 최대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금력이 있는 삼성테크윈이나 현대자동차가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대자동차가 KAI 인수를 부인한 데 이어 삼성까지 그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대한항공이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 역시 가능성이 높지 않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009년 3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 “(KAI 인수에) 당연히 관심 있고 때가 되면 (인수)할 것”이라고 했지만, 지난해에는 “KAI가 상장 이후 주가가 너무 오른 상태”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KAI 주가가 과대평가되고 있다”며 “내부 논의는 하고 있지만 주가가 높아 관망 상태”라고 말했다. 이 밖에 현대중공업 같은 조선업체들이 KAI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금력이 있는 국내 대기업 중 KAI를 인수하려는 곳이 없고 외국에 팔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연금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운영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