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디즈니·나이키까지…美기업 '뇌물 스캔들'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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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멕시코 진출 때 로비…드림웍스는 중국에 거액 줘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잇달아 뇌물 스캔들에 휩싸였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와 디즈니, 드림웍스 등은 멕시코와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 과정에서 관료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이키도 중국에서 협찬권을 따내기 위해 중국축구협회 부주석에게 뇌물을 줬다는 의혹이 불거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월마트는 뇌물을 제공한 뒤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해외부패방지법(FCPA) 개정 로비까지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월마트, 뇌물 주고 관련법 개정 로비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멕시코 매장 설립 인허가 과정에서 멕시코 관료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건축 허가를 앞당기고 영업 확장 등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멕시코 합작회사인 윌멕스를 통해 2005년 2400만달러(270억원)를 줬다는 것. 월마트는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미국 법무부의 조사를 받게 됐다. 월마트 본사 임원들은 뇌물 제공 사실을 알고도 은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마트는 해외부패방지법을 무력화하기 위해 워싱턴 정가 등을 상대로 로비도 펼쳤다고 25일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최근 2년간 소매산업지도자협회(RILA)와 몇몇 대기업들은 관련법을 개정하기 위해 강력한 로비 활동을 펼쳤다. 여기에 월마트가 참여했다는 얘기다. 월마트의 고위 임원이 소매산업지도자협회 이사로 있어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월마트는 “법무부 수사와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트디즈니, 드림웍스, 20세기폭스사 등 할리우드 대형 영화사들도 중국에서 뇌물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에서 영화를 상영할 권리를 얻기 위해 중국 관료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SEC가 이들이 뇌물을 제공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최근 중국 영화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스캔들이 불거진 것으로 NYT는 분석했다.
○나이키·알코아·HP도 뇌물 스캔들
나이키도 뇌물 스캔들에 휘말렸다. 나이키 마케팅 담당자가 2006년 중국 프로축구 리그 협찬사 자격을 따내기 위해 중국 축구계 거물급 인사들에게 3만달러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검찰은 셰야룽 전 중국축구협회 부주석이 나이키 중국 마케팅 총책임자인 리퉁에게서 뇌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업체 알코아와 정보기술(IT)업체 휴렛팩커드(HP), 화장품업체 에이본, 식품업체 크래프트푸드, 제약업체 존슨앤드존슨, 석유업체 마라톤오일 등도 해외부패방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적발돼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1977년 시행된 해외부패방지법은 미국 기업들이 해외 관료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벌금은 물론 최장 2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몇 년간 해외부패방지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강화해왔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따라 해외 뇌물수수 적발 건수는 2009년 13건에서 2010년 16건, 지난해 20건으로 늘었다.
전설리/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