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이나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은 사람이나 기업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투자한 한 개인투자자는 최근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렇게 푸념했다. 중국원양자원이 최대주주를 허위 기재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이후다. 이 투자자는 “한국거래소가 상장 승인을 내준 기업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애꿎은 소액투자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금융위의 과징금 부과 사유는 실질 대주주 관련 허위 기재다. 금융위는 공시와 언론 보도 등을 근거로 중국원양자원이 실제와는 다른 최대주주를 내세웠다고 판단했다. 2009년 5월부터 2010년 8월까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6건의 정기보고서를 문제삼았다. 여기에는 상장을 위해 회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도 포함돼 있다. 금융위 지적대로라면 당시 상장 심사를 맡은 거래소는 실질적 대주주를 제대로 확인도 안한 채 상장을 승인한 셈이다.

과연 거래소는 이 대목을 전혀 몰랐을까. 중국에서는 자국 국적의 대주주가 회사를 해외에서 상장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수백개의 중국 기업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 상장해 있는 것은 대주주가 국적을 바꾸거나 ‘신탁성명’ 형태로 명의를 이전하기 때문이다. 중국원양자원은 후자를 선택해 한국에 왔다. 중국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었던 거래소 관계자는 “신탁성명 같은 개인 간 계약은 당사자들이 밝히지 않는 이상 파악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금융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시점도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회사의 대주주 명의 문제는 2009년에 이미 언론을 통해 제기됐고, 2010년 11월 회사가 공식 인정하면서 결론이 났다. 그로부터 1년5개월이 흐른 최근에서야 금융위의 지적이 나왔다. “외국 기업이라 신중했다”는 게 금융위의 해명이지만, 이 신중함 때문에 뒤늦게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동반 폭락하고 해당 기업은 상장폐지 문턱까지 갔다.

금융위와 거래소의 ‘엇박자’는 결국 중국원양자원에 믿고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로 돌아왔다. “이번 금융위 조치에 책임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비판을 해당 기관들은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안재광 증권부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