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순이' 커티스, 2045일 만의 우승 감격
꼭 2045일 만이다. 2003년 브리티시오픈에서 ‘깜짝 우승’했던 벤 커티스(미국·사진)가 미국 PGA투어 발레로텍사스오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통산 4승째. 2006년 84럼버클래식 우승 이후 119번째 대회 만이다.

지난주 세계 랭킹 285위였던 커티스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난 몇 년간 게임이 잘 풀리지 않았다. 1타차로 컷 탈락하는가 하면 잘 치다가 한 라운드는 최악의 라운드를 했고 어떤 날은 퍼팅이 안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게임의 모든 부분이 맞아떨어졌다”며 감격의 울음을 터뜨렸다.

커티스는 2006년 투어 2승을 거두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뒤 2009년까지는 그런대로 시드를 유지했으나 지난 2년간 깊은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컷 탈락이 더 많았고 급기야 올해는 PGA투어 조건부 시드권자(상위권자가 빠졌을 경우 대회 출전 가능)로 전락했다.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270야드 초반에 불과한 대표적 ‘짤순이’인 그는 정확도에서는 독보적이었다. 이번 대회 드라이버샷 정확도(73.2%) 2위, 그린적중률(68.1%) 2위였다.

막판까지 피를 말리는 승부였다. 커티스는 11, 12번홀 연속 보기로 공동선두를 허용했고 동반 플레이를 펼친 매트 에브리(미국)와 존 허(22)의 추격이 만만치 않았다. 전반에 3타를 줄인 에브리는 12번홀에서 2m, 14번홀에서 2.7m, 16번홀에서 1.8m 버디 등 쇼트 퍼트를 잇따라 놓쳤다.

우승의 향방은 17번홀(파4)에서 결정났다. 페어웨이에서 친 커티스의 두 번째 샷은 토핑성으로 얇게 맞으면서 핀을 훌쩍 지나친 뒤 그린 밖으로 나가버렸다. 세 번째 ‘범프앤드런(bump & run·낮은 탄도로 굴러가게 침) 칩샷’은 내리막 경사를 타고 그린 반대편 에지에 멈췄다. 홀까지는 6m가량 떨어져 보기가 거의 확실해보였다. 커티스는 이 ‘클러치 퍼팅’을 성공시킨 뒤 혀를 내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커티스의 파세이브 퍼팅을 지켜본 존 허는 공동선두로 나갈 수 있는 2.5m 버디 퍼트를 실패했다.

커티스는 “17번홀의 세 번째 샷이 이번 주 가장 힘든 샷이었고 파세이브 퍼팅이 이번 대회 최고의 퍼트였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