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23일 오전 7시46분 보도

2010년 발생한 경남은행의 ‘가짜 지급보증서’ 사건과 관련해 책임 범위를 둘러싸고 법원의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경남은행이 전액 지급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는가 하면, 일부분만 책임져야 한다는 판결도 나와 이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17민사부(부장판사 염원섭)는 진흥저축은행 등이 경남은행을 상대로 낸 채권양도대금 소송에서 “경남은행은 진흥저축은행에 101억여원, 한국저축은행과 경기저축은행에 각각 33억여원, 영남저축은행에 23억여원 등 190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재판부는 진흥저축은행 등이 청구한 채권양도대금 액수를 모두 받아들였다.

이들 저축은행은 2010년 모닝스타얼라이언스가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씨디 지분 28%를 인수할 때 특수목적회사인 엠에이알에셋 등을 통해 285억원을 빌려줬다. 이때 경남은행의 장모 전 구조화금융부장이 발급한 가짜 지급보증서(채권 양도·양수 계약)를 받았다. 그 후 모닝스타얼라이언스가 원금을 제대로 변제하지 않자 경남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경남은행은 “장 전 부장이 경남은행 명의의 법인 인감증명서와 사용인감계를 위조해 양수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계약의 효력이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장 전 부장이 경남은행의 지배인으로서 영업에 관한 포괄적인 대리권을 가지고 있어 그가 법인 인감증명서 등을 임의로 작성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계약은 경남은행에 대해 효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같은 사안에 대해 작년엔 다른 판결이 나왔다. 산은캐피탈은 장 전 부장이 발급한 가짜 지급보증서를 믿고 SAENI라는 회사에 300억원을 빌려줬다.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하자 경남은행에 대금지급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16민사부는 산은캐피탈의 ‘부주의 책임’을 인정해 경남은행에 70%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장 전 부장은 가짜 지급보증서를 남발해 3262억원 상당의 보증 책임을 경남은행에 지도록 했다가 지난해 10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경남은행은 “당시 형사 재판부는 장 전 부장이 발급한 지급보증서가 위조돼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며 “이를 인용하면 지급 보증 책임이 없다”고 주장, 2심에 항소했다. 경남은행은 비슷한 사안의 민사소송 10여건을 진행 중이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작년 2000억여원의 충당금을 쌓은 만큼 판결이 은행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