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출점 계획을 세웠던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에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선다. 현대는 이곳과 10㎞ 떨어진 판교 알파돔시티 복합몰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어서 향후 수도권 남부 상권 패권을 놓고 현대와 신세계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양재 파이시티 판매시설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STS개발이 백화점 사업을 제안해 들어가기로 했다”며 “입점 형태나 투자 규모 등은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고 23일 말했다. 그는 “STS개발과 출점 약정을 맺었지만 이제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고 점포 컨셉트를 짜는 개발 초기단계”라며 “이달 말께 본계약을 체결하면 구체적인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STS개발은 지난 19일 실시한 양재 파이시티 복합유통센터 신축예정시설 공개매각에서 판매시설 우선매수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판매시설은 연면적 14만3682㎡ 규모의 쇼핑몰과 12만1199㎡ 규모의 백화점·대형마트로 구성됐다. STS개발은 백화점 외에 대형마트는 홈플러스,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CGV와 입점을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STS개발의 백화점 사업 파트너로 신세계가 결정된 것에 다소 의외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현대백화점이 공들인 곳이어서다. 현대백화점은 2007년 8월 시행사인 파이시티와 20년 임대차 계약을 2800억원에 맺었었다. 이 부지는 서울에서 백화점이 들어설 마지막 ‘노른자위’로 꼽혀 왔다. 하지만 시행사인 파이시티가 2010년 파산 신청을 하면서 파이시티 유통사업자 선정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STS개발은 이번에 현대백화점에도 사업을 제안했지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신세계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양재점에는 여전히 관심이 있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는 무리한 금액으로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 판교 알파돔시티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투자 효율면에서 양재점의 메리트가 감소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6570억원을 들여 판교 알파돔시티에 영업면적 5만2800㎡ 규모의 대형 백화점을 짓는다. 오는 9월 착공해 2014년 말 개점할 계획이다. 현대 판교점과 양재 파이시티는 10㎞ 떨어져 있고 지하철 신분당선으로 두 정거장 거리에 있어 상권이 상당 부분 겹친다.

신세계백화점도 ‘강남상권 맹주’인 강남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양재점의 주요 타깃을 판교와 과천 안양 산본 등 수도권 남부로 삼을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양재 파이시티는 향후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2015년 하반기에 개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복합쇼핑몰 형태의 두 점포가 개점하면 수도권 남부 상권 지도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라며 “지난달 문을 연 롯데백화점 평촌점, 기존 신세계 경기점 등과 치열한 상권 다툼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