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 ‘대선 경선 룰’을 놓고 양보할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경선 룰은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5년 전 대선 경선 때와 판박이다.

2007년 경선 당시 후보들은 선거인단 규모와 선거인단 국민 참여 비율을 두고 수개월간 공방을 벌였다. 논란은 이명박 후보 측에서 선거인단을 40만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당내 지지세가 약한 대신 비당원 여론에서 앞서던 이 후보 측은 국민 참여 확대를 통해 선거인단을 늘리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당심’을 장악한 박근혜 후보 측은 4만명의 선거인단으로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 끝에 선거인단은 20만명으로 결정됐지만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둘러싼 갈등이 시작됐다. 경선 규칙엔 투표 참여 비율은 대의원 20%(4만명), 당원 30%(6만명), 일반국민 30%(6만명), 여론조사 20%(4만명)로 규정돼 있었다.

그런데 선거인단(대의원 당원 일반국민) 투표율이 또 다른 문제였다. 박 후보 측은 선거인단 투표율이 50%일 경우 여론조사 결과도 4만명의 50%인 2만명분만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 후보 측은 투표율과 무관하게 4만명분의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고 맞섰다. 여론조사 결과 반영 비율은 박 후보의 주장대로 결정됐다.

2007년 8월 치러진 경선 결과는 양측이 경선 룰에 집착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박 후보가 앞섰고,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승리했다. 두 결과를 종합해 이 후보가 1.5%포인트라는 간발의 차로 대선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선거인단 규모와 여론조사 반영 비율 관련 규칙이 달라졌으면 경선 승리자가 바뀌었을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5년이 지난 현재, 완전국민참여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가 논란거리다. 김문수 경기지사를 비롯한 비박(비박근혜)계 주자들은 완전국민경선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인단 구성 때 당원 대의원 일반국민 구성 비율(2 대 3 대 3)을 없애고 모두 일반국민으로 하자는 것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조직을 장악한 상황에서 당원과 대의원이 선거인단의 절반을 차지하는 현 룰대로 경선을 치르면 승산이 전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그렇지만 ‘키’를 쥐고 있는 친박계가 부정적이어서 도입은 쉽지 않다. 박 위원장은 “경기 룰을 보고 선수가 거기에 맞춰 경기를 하는 것이지 매번 선수에게 룰을 맞춰서 하는 것은 조금 말이 안 된다”고 해 현행 룰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정몽준 전 대표는 “국민을 무시하는 발상”이라며 박 위원장을 정면 비판했고, 김 지사의 측근인 차명진 의원도 “독재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