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에게서 대규모 해외 사업을 유치했다고 속여 투자금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00조원 규모의 중국 컴퓨터 합작 사업’ 등 실현이 불가능한 사업을 유치했다고 속여 노인들한테서 194억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A업체 대표 이모씨(55)를 구속하고 직원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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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서울 강남에 본사를 두고 부산과 울산 등을 돌아다니며 70조원 규모의 브라질 횡단열차 사업, 100조원대 중국 컴퓨터 합작 사업 등 7개 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이들은 “투자한 회사의 액면가 100원짜리 비상장 주식이 곧 수천배 오를 것”이라고 속여 노인 2496명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이씨 일당은 ‘금융 피라미드’ 방식도 사용했다. 노인들이 사업 설명회에 참석할 때마다 점심값 3000원과 주식 1주를 나눠주며 지인들을 데려오도록 유인했고, 컴퓨터 판매 실적이 좋은 사람들에게 수당도 지급했다.

하지만 이씨가 내세운 사업은 모두 처음부터 실현이 불가능한 사업이었다. 피해자의 70% 이상이 컴퓨터나 주식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60~90대 고령의 노인이었기 때문에 사기행각이 가능했다. 더욱이 경찰이 수사에 나섰을 당시 A업체의 대표 이씨의 통장에는 수천만원밖에 없었다.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신규 사업에 투자할 능력이 없었던 셈이다.

실제로 이씨는 듀얼 모니터 사업에서 월평균 30만대 이상 생산한다고 광고했지만 지난 8개월간 모두 428대만 생산됐고, 이마저도 지금은 생산이 중단됐다. 듀얼 모니터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6개 사업은 모두 협의 단계에서 멈췄다. 또 이들이 투자받은 194억원 중 129억원은 금융위원회에 신고 없이 불법으로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투자금 중 3억원 상당을 유흥비로 탕진하기도 했다. 경찰은 “비상장 주식 사기와 다단계 금융 피라미드가 결합된 신종 불법 사금융 범죄”라며 “추가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