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 주유소' 거리에 알뜰주유소 입성…나홀로 1999원, '기름값 전쟁' 불붙나
서울에서 처음으로 정유사 간판을 떼고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주유소가 등장했다. 서울 중곡동 용마주유소는 지난 17일 정유사폴에서 알뜰주유소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서울지역 3호 알뜰주유소다. 1호점 금천구 형제주유소는 자가폴 주유소였고 2호점인 서초구 농협하나로주유소는 농협주유소에서 ‘알뜰’로 전환했다.

이 알뜰주유소가 문을 연 뒤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싸고 경쟁이 치열한 ‘광진 주유소’ 거리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서울 3호 알뜰주유소 1900원대 가격

알뜰주유소로 새단장한 용마주유소는 23일 보통휘발유를 ℓ당 1999원에 팔았다. 광진구 23개 주유소 가운데 유일한 1900원대였다. 광진구 전체 주유소의 평균 가격 2053원보다 54원 싸고 서울 평균(2131.51원)보다는 130원 이상 낮다. 용마주유소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전환 전보다 휘발유는 51원, 경우는 50원 내렸다”며 “매출은 종전에 비해 100% 늘었으나 마진이 줄어 수익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용마주유소는 알뜰주유소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한국자영주유소연합회(연합회) 회원사로 SK에너지와 거래하다 지난달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회는 지난달 석유대리점인 한국글로벌에너지(주)를 설립하고 석유공사와 양해각서(MOU)를 맺으며 석유공동구매 사업에 나서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기존 거래 정유사와 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는 회원사가 늘었다”며 “정부의 유가 종합 대책에 포함된 알뜰주유소 지원 방안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알뜰주유소 사업자에 대한 세금 감면뿐 아니라 기름값이 비싼 서울지역 알뜰 전환 사업자에게 올해만 시설 개선 자금으로 5000만원을 지원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이를 통해 올해 서울 알뜰주유소를 구별 1개, 최소 25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알뜰 vs 비(非)알뜰 갈등 커져

이 같은 움직임에 주유소업계 내부적으로 ‘알뜰 대 비(非)알뜰’ 대립과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기존 주유소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알뜰주유소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앞서 알뜰주유소 확대 정책이 계속되면 동맹휴업을 비롯한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주장하며 알뜰주유소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도 구성했다. 주유소 사업장에 혼합판매 등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주변 주유소 사업자들은 매출이 50%가량 줄어들고 적정 마진을 확보하지 못해 폐업을 해야 하는 곳이 늘고 있다”며 “우선 현수막을 통해 생존권을 위협하는 알뜰주유소에 반대하는 여론을 형성하고 앞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용마주유소에서 600m 정도 떨어져 있는 SK에너지 주유소는 2034원, 현대오일뱅크는 2029원, 에쓰오일은 2039원으로, 주변 주유소와 30~40원가량 차이가 났다.

용마주유소 주변에 있는 한 주유소 관계자는 “광진구는 서울에서도 기름값이 싼 지역으로 가격 파괴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며 “기름값 상승으로 공급가가 올랐지만 10원 정도 내려 박리다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마진을 또 줄여 제살 깎아 먹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이대로 가다가는 다같이 망하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