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허용 기준선을 ‘월 5만4000원 요금제 이상’에서 ‘월 7만2000원 내지 7만4000원 요금제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의사를 정부에 전달했다. 이 건의가 받아들여지면 이 요금제 이하 가입자는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쓸 수 없게 되고 KT도 비슷한 수준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커진다.

모바일 인터넷전화란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네이버 ‘라인’이나 다음커뮤니케이션 ‘마이피플’과 같은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음성통화 서비스다. SK텔레콤과 KT는 월 5만4000원 이상 요금제 사용자에 한해 네트워크 사용을 허용하고 있고, LG유플러스는 전면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22일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모바일 인터넷전화와 관련, 방통위에 두 가지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허용 기준선을 올리는 한편 모바일 인터넷전화 사업자로부터 서비스 개시·종료시간 등 사용자 트래픽 정보를 넘겨받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여서 요금제를 변경할 땐 방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SK텔레콤이 방통위에 이같이 건의한 것은 모바일 인터넷전화 사용자가 급증해 음성통화 매출이 급감하면 투자 여력을 상실하는 등 네트워크 기반이 약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네이버 라인 사용자가 3000만명을 돌파한 데다 사용자가 4000만명이 넘는 카카오톡까지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에 뛰어들까 우려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카카오스토리가 출시 1주일 만에 다운로드 1000만건을 넘기는 등 새로운 서비스 출현으로 데이터 소비량이 폭증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리 대응하지 못하면 데이터 트래픽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기준선 상향과 전용 데이터요금제 신설 등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요구대로 모바일 인터넷전화 허용 하한선을 2만원 가까이 올리면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대폭 준다. 월 5만4000원 요금제 이상 가입자는 전체의 50%쯤 되지만 7만원대로 높이면 20~30%로 줄어든다. 나머지 가입자들은 라인이나 마이피플로 음성통화를 이용할 수 없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모바일 인터넷전화 트래픽 제공 문제도 간단치 않다. 통신 사업자들은 “우리 네트워크에서 어떤 트래픽이 흐르는지 알아야 할 게 아니냐”고 주장하고, 일각에서는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이 트래픽 정보를 넘겨주는 것이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고 말하지만 외국에서는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고민에 빠져 있다.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해서는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제한하지 않는 게 맞지만 이럴 경우 통신사 매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음성통화 기반이 급격히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트래픽 폭발에 대비해 네트워크 투자를 독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주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모바일 인터넷전화에 대한 정책은 국가에 따라, 통신사업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제한적으로 허용한 사업자도 있고 전면적으로 허용한 사업자도 있다. 아무튼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도 명분이 약하다. 방통위는 통신사업자들이 음성매출 급감에 대처할 시간적 완충장치는 필요하지만 한없이 제한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