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쉬어도 손님은 그대로예요. 오히려 더 줄어든 가게도 있구요."

전국 114개 대형마트의 첫 강제 휴무일인 지난 22일 서울 길음동 길음시장. 600m 가량 떨어진 이마트 미아점이 문을 닫았지만 재래시장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이날 오후 대부분 상인들은 가게 안 쪽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대화를 나눌 뿐 상품 진열대까지 나오는 발길은 뜸했다.

길음시장에서 쌀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 씨는 "오늘 이마트가 쉰다고 해 장사가 예전보다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손님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강제휴무로 오히려 고객 수가 줄었다는 가게도 있었다. 과일가게 주인 박모 씨는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손님 대부분은 이마트에서 공산품을 산 뒤 과일, 채소 등 싸게 파는 물건을 사기 위해 시장에 온다" 며 "이마트로 가는 발길이 뚝 끊기니 시장을 찾는 손님도 줄었다"고 토로했다.

떡을 사기 위해 시장을 찾은 주부 김양숙 씨(47)는 "우리 가족은 이마트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장을 보는데 오늘 마트가 쉰다고 해 어제 미리 장을 봤다" 며 "대형마트만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일요일을 피해서 다른 날에 장을 보지, 일부러 시장을 찾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 오는 대형마트 강제 휴무 첫날…시장 '썰렁'ㆍ백화점 '북적'
이마트 미아점 점포 앞에는 '이마트 미아점은 성북구 조례에 따라 4월22일 휴점합니다. 미리 쇼핑하시면 더욱 편리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휴점을 몰랐던 몇몇 소비자들은 점포를 찾았다가 이 플래카드를 읽고 발길을 돌렸다.

남편과 함께 나온 50대 주부 김모 씨는 "부부가 맞벌이를 해서 장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주말 밖에 없는데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 당황스럽다" 면서 "재래시장에서 한 번도 장을 본 적이 없어 시장이 어디에 있는지도 자세히 모른다"고 말했다.

이날 이마트 강제 휴무로 인한 반사이익을 톡톡히 본 곳은 이마트 미아점과 길음시장 중간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미아점이었다.

현대백화점 지하식품매장은 오후 내내 장바구니를 든 주부, 가족들로 붐볐다. 현대백화점 지하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비가 와서 그런지 재래시장 대신 백화점으로 장을 보러 온 고객들이 늘어났다" 면서 "백화점에 다른 물건을 사러 온 고객도 이마트가 문을 닫아 장까지 보고 간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동·송파·강서·성북구, 부산 남구, 경기 성남·수원시 등 전국 39개 기초자치단체는 지역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SSM이 매월 두 차례 의무적으로 휴업하도록 조례를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이날 쉰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빅3' 대형마트 점포는 114개로 전체 점포 수의 약 30%에 달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