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 아침탁발 행렬 장관
푸시산 낙조에 피로 말끔
'小계림' 방비엥 풍경 압권
쏭강따라 카약·래프팅도
< '황금불상' : 루앙프라방 >
라오스는 동으로 베트남, 서로 태국, 남으로 캄보디아, 북으로 중국과 맞닿은 인도차이나의 내륙국가다. 이들 국가와 끊임없이 전쟁을 치르면서 부침이 심했다. 프랑스의 지배도 60년간 받았다.
국토의 형상이 반달처럼 생겼다고 해서 반달국가로 부를 뿐더러 자신들이 달에서 왔다고 믿기도 한다. 달의 고요와 여유처럼 이 나라 사람들은 모든 것이 만만디다. 시계의 바늘도 천천히 간다고 할 만큼 느리다.
그런 라오스가 달라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활기를 띠고 사회 개방도 서두르려 한다. 최근 한국과 하늘길도 열었다. 진에어가 지난달부터 인천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을 오가는 정기 직항편을 1주일에 두 차례 개설했다. 여행객은 물론 경제 교역과 문화 교류에서도 한층 가까워진 라오스로 향했다.
◆루앙프라방, 도시 전체가 세계 유산
라오스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세계적 관광명소 루앙프라방은 1353년 란산왕국의 수도가 된 이후 약 600년간 라오스를 지배했던 중심지다. 루앙프라방은 ‘위대한 황금불상’이라는뜻.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만큼 당시의 문화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
유럽인들, 특히 프랑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관광지로 꼽힌다. 20세기 초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터라 아직도 상당수 가게에서 프랑스어가 통한다.
거리는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넘쳐난다. 식민 지배 당시 프랑스인들은 유럽에서 유행하던 건물을 많이 건설했다. 그래서 이미 유럽에선 흔적이 사라진 1920~1930년대 건축물과 당시 거리 풍경이 훼손되지 않고 잘 남아 있다. 거리의 카페나 레스토랑도 그때 분위기여서 유럽인들은 이곳에서 어릴 때 추억을 떠올린다고 한다.
유네스코는 이 도시가 개발로 인해 사라질까봐 도시 전체를 19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여행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스님들의 아침 탁발이다. 인구의 90%가 불교인 라오스에선 아침 6시면 스님들이 주홍색 장삼을 걸치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주민들로부터 공양을 받고 그들에게 복을 기원한다. 탁발 행렬이 600m를 넘을 때도 있다. 공양물은 주로 찹쌀이나 과일, 라오스과자 등인데 외국인 여행자들도 공양 의식에 참여할 수 있다. 옷을 단정하게 입고 어깨, 가슴, 다리는 가려야 하는 것이 기본 예절이다.
저녁 6시 이후 열리는 저녁 야시장도 가볼 만하다. 야시장엔 현지인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 많다. 주로 루앙프라방 지역의 특산물과 일용 잡화 기념품들을 판다.
해질 무렵에 찾는 또다른 명소는 도심 한 가운데 있는 푸시산이다. 328개의 지그재그형 계단을 올라 정상에 이르니 루앙프라방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여행의 피로마저 씻어주는 듯하다.
◆태국인도 찾아오는 비엔티안 사원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으로 간다. 인구 40만명의 비엔티안은 라오스의 역사를 얘기하듯 많은 문화유적을 갖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사원만 20개가량. 중심가에 자리잡은 탓루앙 사원이 대표적이다.
이 사원에는 석가모니의 갈비뼈를 모신 것으로 알려진 사리탑이 있다. 황금색의 사리탑 중심부는 가늘고 긴 연꽃 봉오리를 묘사하고 있는데 이 탑을 보러 태국에서도 관광객이 밀려든다.
고대 사찰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시사켓사원도 유명하다. 사원의 중앙 홀과 뜰의 벽에는 6840개의 불상이 놓여 있다. 태국이 라오스에서 가져간 에메랄드불상이 있었던 호프라케오사원은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원 외에 또 하나의 볼거리는 1957년 건설한 독립 기념 아치탑. 비엔티안 중심부에 자리한 이 탑은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을 본떠 만들었지만 라오스 신화에 나오는 새와 여인 등 전형적인 라오스의 특징을 담고 있다. 기념탑을 시멘트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기념탑에 오르면 비엔티안 시가지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자연경관 수려한 방비엥
비엔티안에서 북서쪽으로 100㎞쯤 떨어진 방비엥은 마을 전체를 돌아다보는 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을 만큼 작은 시골 마을이다. 하지만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유럽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관광지다. 중국의 구이린(桂林)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작은 구이린’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 유럽인들이 많이 모여들면서 도시 개발이 한창이다.
특이한 산들과 그 사이 흐르는 강으로 어우러진 수려한 자연 풍광이 빼어나다. 낮에는 강에서 수영을 즐기거나 뱃놀이를 하고, 저녁에는 길가에 즐비한 선술집 등에서 여행자들과 수다를 떨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이다. 메콩강의 지류인 쏭강을 따라 카약이나 래프팅을 즐기거나 주위에 흩어져 있는 동굴을 탐험할 수도 있다.
해질 무렵과 동틀 무렵, 모터가 달린 2인용 나무배를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신기한 새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물소가 곁으로 다가온다. 상류로 올라가면서 바라보는 바위산들과 그 위로 물든 석양이 신비감을 자아낸다.
■ 여행 팁
직항이 없어 태국 방콕이나 베트남 호찌민 등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던 라오스. 하지만 진에어가 인천~비엔티안 직항편을 운영하면서 한결 가까워졌다. 매주 수·일요일 오후 6시 인천을 출발하며 소요 시간은 5시간30분.
오히려 라오스인들이 간편하게 즐겨찾는 대나무밥 카오람(사진)이 우리 식성과 어울린다. 버스터미널이나 주유소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카오람은 대나무에 찹쌀과 고구마 등을 넣어 만드는 음식. 대나무 마디를 톱으로 자른 뒤 불린 흑미와 잘게 썬 고구마, 팜슈거, 코코넛 밀크를 넣고 약한 불로 구워낸다. 라오스인의 주식은 쌀이지만 태국이나 베트남과 달리 찰흑미를 많이 먹는다. 값은 1000킵(약 1400원)에서 1만킵(1만4000원)까지 다양하다.
비엔티안=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