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풍 이발소의 부활로 이발 산업도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전기 면도기 대신 날 면도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용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진 인력들도 이발사가 되기 위해 업계로 몰려들고 있다.

뉴욕 맨해튼 그린위치빌리지에 있는 피부용품 전문점 CO비글로에서는 고급 면도솔, 면도칼, 면도칼 연마용 가죽끈, 빗 등의 매출이 매년 100%씩 늘고 있다고 이안 긴스버그 사장이 전했다. 주로 개당 100달러가 넘는 영국산 제품이다. 그는 “젊은이들이 가게에 들어와 밀리터리브러시(손잡이가 없는 남자용 머리솔)를 찾는데 도대체 젊은이들이 이 용어를 어떻게 아는지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이 같은 전통적인 면도 용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마존닷컴에는 아예 ‘클래식 면도(classic shave)’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만들어졌을 정도다. 이베이 관계자는 “‘바버숍’이라는 검색어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이 반기마다 70%씩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발소가 늘면서 이발소 의자, 빗 소독제, 이발소 네온사인 등 매장에서 사용하는 제품 판매도 늘고 있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전국의 이발소 숫자는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 18.6% 늘어났다. 이베이 관계자는 “빈티지 이발소 간판의 판매는 매년 200%씩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 속에 이발업계가 나홀로 호황을 누리면서 인재들도 몰리고 있다. 전미이발사협회의 데릭 데이비스 부회장은 “이발사 면허를 받기 위해 협회에 등록하는 사람이 지난 2년 새 10%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등록하는 사람 10명 중 7~8명은 학사 이상의 학위를 보유한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FSC바버스의 샘 버파 사장도 “이발사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 중 과거 유통업계나 금융업계 출신도 많다”고 전했다.

웨스트빌리지의 한 이발사는 “과거 우리 이발소를 찾던 고객들 중 직장을 잃고 이발사로 직업을 바꾸는 사람들도 많다”며 “복고풍 이발소의 부활이 고용시장 회복에도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다”고 웃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