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4·11 총선 경선 때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이어 또다시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총선 비례대표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동 투표함’ 등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을 비당권파에서 제기한 것이다. 오는 6월3일로 예정된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권력투쟁과 맞물려 논란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이청호 부산 금정구 의원이 지난 18일 당 홈페이지에 부정선거 의혹을 폭로하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비례대표 현장투표에서 참관인 없이 투표함을 들고 돌아다니는 형태로 투표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또 옛 민주노동당과 관련이 있던 전산관리업체가 온라인 투표 과정에서 ‘소스코드’를 열어보는 등 부정 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진보당은 곧바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조사에 착수했다. 당 관계자는 “이동 투표함은 민노당의 오랜 관행”이라며 “투표함을 한 곳에 두면 투표율이 저조하기 때문에 투표함을 들고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보신당 탈당파도 (당권파의) 이런 투표 관행을 알고 있지만 비주류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다”며 “국민참여당 계열 당원들은 ‘가가호호’를 방문하는 투표 행태를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일은 표면적으로는 부정선거 논란으로 보이지만 속에는 당내 권력투쟁이 자리하고 있다. 진보당은 이정희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한 옛 민노당, 유시민 공동대표의 국민참여당, 심상정 공동대표의 진보신당 탈당파가 합쳐졌다.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이들의 내부 갈등이 부정선거 공방으로 이어진 것이다. 총선 과정에서도 민노당 계열이자 ‘경기동부연합’으로 불리는 당권파가 독주하면서 적잖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족해방(NL) 계열의 경기동부연합은 옛 민노당 시절 주류였지만 끊임없이 ‘종북주의’ 노선에 대해 비판을 받았다.

비당권파인 민중민주(PD) 계열의 심 공동대표는 1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기동부연합의 실체를 인정하며 “(경기동부연합이) 북한과 관련된 사안에서 편향적인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고 당권파의 대북관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또 “(경기동부연합이) 어떻게 활동을 가시화하고, 그것에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느냐가 진보당이 대중적 정당으로 발전하기 위한 중요한 개혁 과제”라고 지적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