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5개부처 합동으로 유가안정 대책을 내놨다. 삼성토탈의 정유시장 신규 참여, 주유소 혼합판매 활성화, 석유 전자상거래와 알뜰주유소 확대 및 인센티브 제공 등이 골자다. 4개 정유사의 독과점 상황을 깨기 위해 정유사 및 주유소의 유류공급과 판매에 경쟁적 요소를 강화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삼성토탈을 제5의 공급자로 끌어들인 점을 제외하면 작년에 나왔던 유가대책과 별로 다를 게 없다. 특히 업계에서 요구하는 유류세 인하는 이번에도 빠졌다.

석유시장 안에서 경쟁을 촉진시켜 유가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를 모르지 않는다. 문제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새로운 플레이어를 끌어들이는 것을 경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이윤동기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때라야 의미있는 경쟁이 가능하다. 삼성토탈의 시장참여는 자율적 결정이 아니라 “공급이 과점 형태여서 고유가가 계속되는지 유통체계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봐야할 것이다. “기름값이 묘하다”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정부가 기름값TF를 구성해 3개월간 호들갑을 떨었던 지난해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가 내놓은 기름값 대책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유가대책이 이처럼 춤을 추니 누가 정부를 믿겠는가.

국제유가가 상승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는 뾰족한 유가대책이 나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업계가 요구하는 유류세 인하도 과소비조장, 세수감소 등의 문제가 따르는 만큼 정부로선 고민이 크기도 할 것이다. 불필요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 자율경쟁을 촉진시키는 게 그나마 장기적으로 유가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에너지 과소비 체질을 바꾸지 않는 한, 어떤 유가대책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실제 최근 고유가에도 기름 소비량은 오히려 늘어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번 유가대책에는 수요 억제책이 보이지 않는다. 유가를 누르기만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부는 너무 자주 잊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