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외화채권 110억弗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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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켓인사이트 4월19일 오전 7시43분 보도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외화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1분기 발행 규모는 11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저금리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한국과 한국 기업에 대한 국제 신용도가 올라가면서 국내보다 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외화채권 발행 ‘러시'
19일 한국자산평가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기업들이 발행한 외화표시채권은 약 110억달러에 달했다. 작년 동기(58억달러)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이자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 중 달러화 채권은 66억달러로 작년 동기(26억달러)보다 153% 급증했다.
수출입은행이 지난 1월 글로벌본드를 발행해 22억5000만달러를 조달한 것을 비롯 롯데쇼핑 현대캐피탈 한국석유공사 산업은행 등이 1분기 중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했다. 이달 들어서도 삼성전자가 5년 만기 글로벌채권을 발행해 10억달러를 조달했다. CJ제일제당 미국법인도 연 1.74%의 저금리로 2억2000만달러 자금을 조달했다. 지방정부 보증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을 활용해 조달금리를 1%대로 낮췄다.
외화채권 발행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전날 5억달러의 5년6개월 만기 글로벌본드 발행계획을 확정했다. 발행금리는 연 3.50%(미 국채금리+2.65%포인트)다. 작년 12월 같은 만기 채권을 연 4.36%(미 국채금리+3.45%포인트)에 발행한 것과 비교하면 스프레드만 0.80%포인트 낮췄다.
현대차도 이르면 이달 중 10억달러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키로 하고 설명회를 열고 있다. 롯데쇼핑은 다음달 미국에서 5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2월 홍콩에서 7억5000만위안의 채권을 발행한 이후 3개월 만의 외화 조달이다.
○발행금리도 낮아져
국내 기업의 외화채권 발행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데다 국내 기업에 대한 신용도가 올라 조달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미 중앙은행(Fed)이 제로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기로 하면서 달러채 발행 여건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한국 국가신용등급이 개선되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 국채 부도에 대한 보험료를 의미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5년물)은 전날 122bp(1bp=0.01%포인트)로 중국(112bp)과 비슷한 수준까지 하락했다. 프랑스(200bp)나 이탈리아(441bp)와의 격차도 벌어지는 추세다.
국내 스와프시장을 통한 달러 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진 것도 해외 직접조달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마이너스 폭이 클수록 국내에서 달러 구하기가 어려워짐을 의미하는 지표인 ‘스와프베이시스’(통화스와프 금리에서 이자율스와프 금리를 뺀 값)는 전날 5년물 기준 -187bp를 나타냈다. 1년 전(-107bp)보다 마이너스 폭이 커졌다.
일부 우량 기업들로선 국내에서 원화를 조달하기보다 해외에서 달러를 들여와 원화로 바꿔쓰는 것이 오히려 유리해졌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에서 한국물 발행 금리는 미 국채 금리의 안정과 한국 정부의 양호한 재정 건전성,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 등에 힘입어 앞으로도 하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태호/김석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