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詩의 '부정어'는 긍정·희망 위한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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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語 체계 분석한 '김수영 사전' 출간
‘활자(活字)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나의 영(靈)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마음에 들지 않아라.’ (김수영의 시 ‘사령(死靈)’ 중)
‘영원한 청년 시인’이자 저항 시인 김수영(1921~1968)의 시에는 유난히 ‘않다, 없다, 아니다’ 등 부정적인 언어가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문학평론가들은 그의 시에 끊임없이 나오는 ‘부정’이 사실은 더 높은 긍정적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김수영 시의 체계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김수영 사전》(서정시학)이 발간됐다.
고려대 현대시연구회(회장 최동호 국문과 교수)가 2003년 가을부터 기획해 10년 만에 내놓은 역작이다. 김수영 시에 등장하는 5220개의 시어와 시 176편의 모든 구절들을 분석해 원고지 1만장 분량에 담아냈다.
최동호 교수는 18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특정 시인의 작품과 시어 전체를 사전식으로 분석하고 정리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수영 사전》에 따르면 ‘않다’라는 단어는 그의 시 176편 중 98편에서 250번이나 나온다. ‘없다’는 77편에 172번, ‘아니다’는 56편에 88번 등장한다. 그의 시가 부정의 언어를 통해 현실을 비판했다는 점을 통계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이 책으로 그가 ‘시’를 통해 ‘적’과 ‘자유’에 대해 고민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시에는 ‘시’가 24편에 49번, ‘적’이 7편에 43번, ‘자유’가 11편에 31번 쓰였다. ‘적’과 대면하며 ‘자유’를 추구했고 이를 ‘시’에서 구현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감정을 나타낸 시어로는 ‘사랑’(48번, 16편) ‘좋다’(41번, 32편) ‘울다’(31번, 21편) ‘웃다’(30번, 17편) ‘설움’(29번, 15편) ‘무섭다’(25번, 21편) 등이 자주 나온다.
‘사랑’이 많이 등장한 것은 그가 ‘사랑의 시인’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웃과 친구를 욕하고 현실을 비판하지만 이는 ‘완전한 사랑’에 대한 갈망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게 《김수영 사전》의 분석이다.
그는 ‘얼굴’의 시인이기도 했다. 신체어 중 ‘얼굴’은 시 28편에서 55번이나 쓰였다. ‘눈’은 39편에서 50번, ‘몸’은 26편에서 42번 나온다.
현대시연구회 측은 “김수영 시의 힘의 근원을 찾기 위해 시어를 일일이 풀이하는 작업을 했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발견했기 때문에 앞으로 그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영원한 청년 시인’이자 저항 시인 김수영(1921~1968)의 시에는 유난히 ‘않다, 없다, 아니다’ 등 부정적인 언어가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문학평론가들은 그의 시에 끊임없이 나오는 ‘부정’이 사실은 더 높은 긍정적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김수영 시의 체계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김수영 사전》(서정시학)이 발간됐다.
고려대 현대시연구회(회장 최동호 국문과 교수)가 2003년 가을부터 기획해 10년 만에 내놓은 역작이다. 김수영 시에 등장하는 5220개의 시어와 시 176편의 모든 구절들을 분석해 원고지 1만장 분량에 담아냈다.
최동호 교수는 18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특정 시인의 작품과 시어 전체를 사전식으로 분석하고 정리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수영 사전》에 따르면 ‘않다’라는 단어는 그의 시 176편 중 98편에서 250번이나 나온다. ‘없다’는 77편에 172번, ‘아니다’는 56편에 88번 등장한다. 그의 시가 부정의 언어를 통해 현실을 비판했다는 점을 통계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이 책으로 그가 ‘시’를 통해 ‘적’과 ‘자유’에 대해 고민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시에는 ‘시’가 24편에 49번, ‘적’이 7편에 43번, ‘자유’가 11편에 31번 쓰였다. ‘적’과 대면하며 ‘자유’를 추구했고 이를 ‘시’에서 구현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감정을 나타낸 시어로는 ‘사랑’(48번, 16편) ‘좋다’(41번, 32편) ‘울다’(31번, 21편) ‘웃다’(30번, 17편) ‘설움’(29번, 15편) ‘무섭다’(25번, 21편) 등이 자주 나온다.
‘사랑’이 많이 등장한 것은 그가 ‘사랑의 시인’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웃과 친구를 욕하고 현실을 비판하지만 이는 ‘완전한 사랑’에 대한 갈망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게 《김수영 사전》의 분석이다.
그는 ‘얼굴’의 시인이기도 했다. 신체어 중 ‘얼굴’은 시 28편에서 55번이나 쓰였다. ‘눈’은 39편에서 50번, ‘몸’은 26편에서 42번 나온다.
현대시연구회 측은 “김수영 시의 힘의 근원을 찾기 위해 시어를 일일이 풀이하는 작업을 했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발견했기 때문에 앞으로 그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