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경북 포항시 철강공단 내에 있는 제일테크노스 본사공장. 나주영 대표(57·사진)가 세계 전도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제2의 건설붐’이 일고 있는 열사의 땅 중동 사막지대에 제일테크노스의 주력 제품인 데크플레이트(deck plate)를 공급하겠다는 야심찬 꿈에 부풀어 있었다. “아직 현실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여의도 63빌딩과 인천국제공항, 신고리 원전에도 우리 제품이 공급될 정도로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그 꿈이 실현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는 2010년 신고리 원전 3, 4호기에 데크플레이트를 공급하면서 일찌감치 중동 진출의 꿈을 키워왔다. 신고리 원전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되는 한국형 원전의 핵심 모델이다. 제일테크노스는 초대형 고층건물 시공 시 H빔 위에 첫 번째로 설치되는 바닥재료로 콘크리트 타설 시 바닥 거푸집 역할을 하는 데크플레이트 생산 시공업체다.

이 데크플레이트는 어떤 건축물에도 적용 가능한 차별화된 제품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나 대표는 1971년 창업 초기부터 이 사업에 전념, 국내에서 유일하게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공장·교량용 등 전 부문에 걸친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건축물의 안전성과 공기 단축, 층당 25~40㎝의 층고 감소 등의 효과를 내는 딥(deep)데크와 중간보 설치가 필요없는 투웨이(two way)데크, 초고층 아파트 전용의 하이데크, 내화구조용인 KEM 데크 등이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다.

유지 보수 도색이 필요없는 NT 데크(철근일체형 데크)는 거푸집과 철근배근을 공장에서 일괄 생산해 현장에서 간단한 설치만 하면 돼 2005년과 2009년 두 차례나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선정됐다. 나 대표는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선정된 후 공공기관과 민간 건설사로부터 품질과 기술력을 확실히 인정받으면서 이전에 유사제품 때문에 겪던 고통도 말끔히 해소됐다”며 우수제품 선정에 의미를 부여했다.


제일테크노스는 데크 관련 부문 특허만 20여건에 건설교통부 신기술 인정, 기술표준원 EM마크 인증 등 국내의 웬만한 품질인증은 다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1985년 우리나라 최고층 빌딩인 63빌딩을 시작으로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의 45만㎡ 면적에 데크플레이트를 불과 5개월여 만에 초단기 시공하는 고도 기술력을 발휘했다.

또 아산 탕정에 들어서 있는 최첨단 반도체와 액정기편 생산 공장,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66층), 목동 하이페리온(40층)과 쉐르빌(39층), 대치동 포스코 본사 등에도 이 회사 제품이 독점 공급되는 등 국내 데크 분야의 선두주자로 손꼽힌다. 지상 123층(높이 555m) 규모로 2015년 완공 예정인 잠실 제2롯데월드에도 제품을 공급한다. 나 대표는 “현재 8m까지 서포트가 필요없는 장스팬 데크플레이트 개발을 통해 세계적인 기술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며 “공기 단축과 시공 능력에서도 세계적인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만큼 중동시장 진출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제일테크노스는 조선 기자재 분야에서도 두각을 내고 있다. 조선용 철판을 표면처리·절단가공하는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소에서 주문 즉시 절단 절곡 소조 등의 전 가공 과정을 거쳐 제품화된 선박 후판을 공급하는 JIT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선사의 원가 절감과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0년 베트남에 설립한 ‘JEIL VINA’에 이어 인도네시아에도 조선 기자재 분야 진출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가 데크와 선박후판 분야 국내 선두업체로 자리매김한 데는 1991년 부도 후 공장이 경매까지 가는 위기 속에서도 매출의 10% 이상을 기술 개발과 외형 확장에 쏟아부은 나 대표의 기업가 정신이 큰 역할을 했다. 포항과 광양에 확보하고 있는 제품 생산공장만 총 7곳이다. 이 회사를 처음 찾는 사람들은 포항 철강공단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제일테크노스의 위용에 놀라워한다.

나 대표는 연간 생산규모 20조원, 수출액 60억달러의 국내 최대 철강산업단지인 포항철강관리공단의 11대 이사장으로 2010년부터 활약하고 있다. 그는 포스코로부터 전수받은 QSS(Quick Six Sigma)로 현장 중심 혁신활동을 포항철강공단 업체에 널리 전파하는 혁신의 전도사다. 또 상공회의소 부회장과 경북도 장애인체육회 상임부회장도 겸하는 등 지역경제 발전과 봉사활동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