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달 시장은 개방의 마지막 미개척지다. 정부 조달 시장이란 정부가 구매하는 물품과 서비스 시장을 의미한다. 어느 정부든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수입품 구매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한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해외 정부 조달 시장을 개방하고 국내 업체들이 진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부 WTO 회원국들은 자기들끼리 정부 조달 시장을 부분적으로 개방하기 위해 정부조달협정(GPA)을 체결했다. 한국이 가입한 때는 1995년이다.

또 한·미 FTA와 한·EU(유럽연합) FTA에서는 서로 정부 조달을 GPA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개방하자는 규정이 있다. 한국의 노력은 법적인 측면에서 선진국의 정부 조달 시장을 상당히 개방시켰다. 2007년 금융위기 때 미국이 정부 조달에서 자국산 구매 의무를 강화하려고 할 때 한국은 GPA를 적용해 한국 기업이 미국 정부 조달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권리를 지켜냈다. 한국은 GPA 협상을 통해 중국의 거대한 정부 조달 시장을 최대한 개방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협정으로 얻은 권리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GPA와 FTA 등으로 한국 업체가 진출할 수 있는 국제 조달 시장의 규모는 2조달러가 넘는다. 이 중 한국 기업이 실제 수주하는 규모는 391억달러에 불과하다.

이런 실적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세계 정부 조달 시장에 향후 한국 업체들이 적극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정부 조달 시장은 민간 시장보다 진출하기가 어렵다.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정부가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기 때문에 우수한 기업들만 조달 시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정부 조달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들은 해외 정부 조달 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조달청은 공공기관의 전문 조달 기관으로 국내 우수기업들의 해외 정부 조달 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조달청은 공공기관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성공한 각종 우수 조달 기업들의 목록을 갖고 있다. 19일부터 3일간 열리는 ‘나라장터 엑스포’에서는 이런 우수 조달기업들의 제품을 볼 수 있다. 조달청은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정부 조달 시장에 대한 각종 정보를 취합, 국내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또 해외 파견 협력관과 해외 네트워크로 기업을 컨설팅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아직은 다소 미진한 면이 있다. 정부 조달 시장은 진출하기가 어려운 시장인 만큼 지원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조달청이 시범사업으로 해외 조달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우수 중소기업을 엄선해 맞춤형 컨설팅 및 GPA와 FTA 협정에서 허용하는 범위에서 각종 지원을 집중 제공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또 매년 성공사례를 모델로 사용하면 다른 중소기업들도 시장에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수 조달기업이 이번 나라장터 엑스포를 통해 해외 정부 조달 시장 진출을 위한 노하우를 축적하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