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명장 양성을 목표로 산업수요 맞춤형 교육과정을 내건 마이스터고에 대한 기업들의 구애가 뜨겁다. 내년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전국 21개 마이스터고가 기업들과 맺은 협약만 지난달 말 현재 1612개에 달할 정도다. 21개 마이스터고 전체 정원이 3600명인 점을 감안하면 기업당 3명을 할당해도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마이스터고의 이런 성과는 기업들의 지속적인 고졸 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일이다.

사실 마이스터고를 출범시킨 취지는 실력만 있으면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해도 대졸자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도록 하자는 데 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학력 인플레의 뿌리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고치지 않고서는 청년실업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우리의 대학 진학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일반고, 전문고 할 것 없이 모든 고졸자들이 ‘간판’을 따려고 일단 대학에 들어가고 보자는 식이다. 그렇지만 정작 대졸자 취업률은 겨우 절반 수준이다. 2011년 47만명을 넘는 대졸자(전문대 포함) 가운데 취업자는 24만여명에 불과했다. 학력 거품 사회가 참담한 청년실업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는 마이스터고가 새로운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확신한다. 2011년 전문고 취업률은 25.9%로 2010년 19.2%에서 크게 올랐다. 변화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대기업, 금융회사, 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고졸 채용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과 전문고 교육을 직접 연결한 마이스터고는 이런 흐름을 지속시킬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하고 더 많은 마이스터고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고졸자가 바로 취업해도 승진 보직 등에서 대졸자에 비해 그 어떤 차별도 받지 않는, 아니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이 교육과학기술부,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오는 5월23~24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2012 대한민국 고졸 인재 잡 콘서트’를 개최하는 목적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기회에 학력 인플레를 없애고 취업과 인재 활용 공식을 확 바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