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박스권 하단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2000선에 안착하는 듯 했던 코스피지수는 대내외에 악재로 또다시 벙커에 빠진 형국이다.

증권가에선 조정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 등으로 증시의 하방 지지력이 강한 상황이지만 스페인발(發) 유럽 재정위기 우려, 기업 실적 모멘텀 검증 과정, 외국인 수급 둔화 등의 변수가 남아있어 당분간 증시의 혼조 기조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당분간 업종 대표주들을 중심으로 시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정유·화학 등의 업종 대표주들에 관심을 가질 만한 시점이란 분석이다.

17일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49포인트(0.07%) 떨어진 1991.14를 기록 중이다.

이날 기술적 반등으로 소폭 오름세로 장을 시작한 지수는 장 초반 매수 우위를 나타낸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서면서 하락 전환한 후 보합권에서 등락하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는 2분기 들어 눈에 띄게 약화된 상태다.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17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는데 그쳤다. 또 다른 축인 기관(1365억원 순매수) 역시 펀드 환매로 인한 투신(670억원 순매도)의 '팔자'로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이 증시 수급이 위축됐다는 점 역시 업종 대표주 중심의 투자전략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 내부적인 수급이 위축됐다는 점에서 IT와 자동차, 건설, 은행 등 일부 업종의 대표주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권한다"며 "단기적으로 코스피지수가 조정을 받은 후 돌아설 조짐을 나타내고 있는데, 시장이 안정을 찾는 국면에선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가 시세를 내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주 스페인 국채 발행을 둘러싼 재정리스크 확산 경계심과 주요국 경기회복 속도 논란, 기업들의 실적 검증 욕구와 정책적 지원 기대가 얽혀 있어 단기간에 지수가 뚜렷한 방향성을 획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IT와 자동차 대형주, 유통, 패션, 레저 업종 대표주, 대형 정유주 등에 관심을 가질 만 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2월 이후 급격하게 진행되던 엔화 약세가 최근 진정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 IT, 자동차 대형주가 유망하고, 외부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 심리를 바탕으로 양호한 기관 수급이 이어지고 있는 유통, 패션, 레저 업종 대표주 역시 긍정적이란 평가다.

가격 매력과 정제 마진 개선 기대 등을 고려하면 정유, 화학 업종 대형주에 관심을 가질 만한 시점이란 의견도 나왔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당분간 기간 조정을 받을 전망이고, 현대차 역시 실적 개선 전망을 어느정도 반영한 주가"라며 "이번주 LG화학, 호남석유가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개선되는 흐름을 나타나고 있고, 주가도 이에 따라 저점을 다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