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금융소비자연맹은 시중에 나온 22개 생명보험사의 변액연금 상품 60개를 비교 분석한 결과, 54개 상품의 실효수익률이 2002~2011년의 평균 물가상승률인 연 3.19%에도 미치지 못했고 10년 후 중도환매 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발표했다. 생명보험업계는 수익률 산출 방법의 차이에 따른 오류라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지만 250만명에 달하는 변액연금보험 가입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변액연금보험은 대개 은퇴 후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이런 불안의 정도는 주식투자 시 손실이 발생했을 때보다 크다. 새로운 금융상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금융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길 원하는 투자자의 관심이 여전히 은행 예금이나 우량 채권에 집중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가연동국채’와 ‘브라질 국채’ 유망

은행 예금과 더불어 채권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되는 이유는 만기 시 원리금과 이에 따르는 투자수익률이 매수할 때 확정되는 데 있다. 주식이나 펀드처럼 초과수익률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은퇴 후 생활자금이나 목적자금을 운용하는 데는 투자수익률이 매수시 확정되는 채권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최근과 같은 저금리 고물가 시대에서는 적절한 채권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안정성이 탁월한 국민주택채권 등의 국공채 투자수익률은 이미 연 4% 초반의 은행 예금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국공채에 투자하면 할수록 자산의 실질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금융시장의 녹록지 않은 환경이 물가연동국채와 브라질 국채라는 두 ‘신데렐라’를 탄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채권에는 지난해 이후 현재까지 거액자산 투자자들의 관심과 매수가 지속되고 있다.

물가연동국채와 브라질 국채의 공통적인 특·장점은 비과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가연동국채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에 따라 물가연동원금이 상승하는 구조로 돼 있는데, 이때 물가연동원금 상승분이 비과세되기 때문에 금융수익에 대해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거액자산 고객일수록 유리하다.

브라질 국채도 표면금리 10%에 대한 이자수익이 한국과 브라질 간 조세협약에 따라 비과세되기 때문에 절세형 채권으로 인기가 높다. 물론 환차익도 비과세된다. 이번 4·11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이 종합과세에 포함되는 금융소득의 기준을 현행 4000만원에서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2000만원까지 낮추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이런 절세형 채권의 인기는 더욱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물가연동국채는 10년 만기 채권으로 중도매도 시 투자수익률이 하락할 수 있고, 브라질 국채도 투자기간 헤알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투자수익률이 하락하거나 극단적인 상황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의 가능성도 있는 등 은행 예금이나 단기국공채 대비 기대수익률이 높은 만큼 일정 부분 리스크도 있다.

따라서 아무리 큰 폭의 물가상승이 예상되고 헤알화 강세가 예상되는 상황이어도 단기 목적자금을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나 환리스크에 노출되는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단기 목적자금은 말 그대로 특정 시점에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자금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환경이 유리해 보이고 절세효과가 매력적으로 보여도 투자자는 각자의 상황이나 투자자금의 사용목적에 따라서 투자상품이나 채권을 선택해야 한다. 물가연동국채나 브라질 국채는 금융소득이 종합과세에 포함될 정도의 거액자산 고객이 장기로 자금을 운용하고자 할 때 가장 매력적인 채권이다.

◆단기채권으로 매력적인 ‘해운사 채권’

단기 목적자금으로 은행 예금 이상의 수익률이 기대되는 채권에 투자하고자 하면 신용등급 A등급 정도의 단기 회사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A등급 채권 중에서 5% 중반 이상의 수익률이 기대되는 채권으로는 해운사에서 발행한 2~3년 만기 채권들이 대표적이다. 주요 종목으로는 현대상선, 한진해운, STX팬오션 등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유가 급등에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며 해운사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이에 해운사 채권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발행돼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2012년 들어 물동량이 늘어나 업황이 회복되고 있으며 대형 해운사들이 선박 운용을 자제하고 있어 운임 또한 인상되고 있는 추세다. 주식의 경우 주가 변동성이 상당해 안전자산으로 투자하기에 해운업이 부적합할 수도 있지만, 채권은 발행사가 채무불이행 상태라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5% 후반에서 6%대 투자수익률이 매수시점에서 확정되기 때문에 단기로 목적자금을 투자하기에 매력적이다. 짧은 만기가 업황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일정 부분 줄여주기 때문이다.

순백의 롱드레스는 결혼식장에서만 필수적이고 아름다울 뿐 벚꽃축제에서는 불편하고 등산할 때는 위험한 의상이다. 채권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매력적이라고 인기를 모으는 채권도 투자자의 상황에 맞지 않는다면 적합하지 않고 위험한 채권이 될 수 있으며, 최근 업황이 다소 안 좋아 보이는 해운사 발행 채권도 단기 채권이라면 단기 목적자금 운용에 적합한 안정적인 투자채권이 될 수 있다.

자금의 목적과 자산의 규모에 맞는 채권투자만이 진정으로 안전하고 성공적인 채권투자다.

최훈근 <동양증권 FICC Products 팀장 hoongeun.choi@tongy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