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이 수서~평택 구간 KTX 민간 위탁운영 문제를 상의하자는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의 면담 요청을 17일 거부했다.

KTX 민간 위탁운영 문제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제동을 걸었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거듭 반대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은 앞으로 ‘MB 정부와 선긋기’를 가속화해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권 장관은 지난 16일 오후 수서~평택 간 KTX 민간 위탁운영에 대한 당·정 협의를 갖기 위해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실에 면담을 요청했다. 국토부는 16일 “수서발 KTX 신규사업자 모집공고를 이달 안에 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장은 권 장관과의 통화에서 “민간 위탁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현 정부의 대기업 특혜 논란과 노조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보완책도 가져오지 않고 어떻게 당정 협의를 하느냐”며 거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장은 “민간 위탁운영 문제는 국회에서 반드시 야당과 함께 충분히 논의해야지 정부와 여당이 따로 만나 결정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18대 국회에서 결정짓지 않고 19대 국회로 논의 자체를 넘기겠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도 “(새누리당과 정부가) 총선에 승리했다고 자만하면 안 되고, 겸손해야 한다”며 KTX 민간 위탁운영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새누리당에게 기회를 한번 더 줬지만, 민심을 거스르면 언제든지 다시 심판할 수 있다”며 “정부는 여당이 승리했다고 오만하게 정책을 밀어붙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KTX 민간 위탁운영은 현재 법률 개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기존 법(철도산업발전기본법, 철도구조개혁기본계획, 철도사업법)만으로도 추진이 가능하다는 게 국토부의 해석이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추진하기엔 부담스러운 국책 사업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18대 국회 다수당인 여당에 수차례 정책 협조와 동의를 구했지만 여당은 계속해서 제동을 걸고 있는 양상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자 반기는 기색이 역력했다는 게 새누리당 의원들의 전언이다.

정책위 관계자는 “총선에서 이기자마자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과거 여론의 벽에 부딪힌 법들에 대해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잇달아 하고 있다”며 “19대 국회가 곧 출범하는 만큼 18대에 논란이 있는 법안을 추진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