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축사ㆍ수의사 美ㆍEU서도 자격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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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의 재발견] 자격 상호인정·지재권 강화
영화관서 몰래 촬영, 1000만원 이하 벌금
냄새·소리 등 비시각적 요소도 상표 등록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민사 합의해도 형사처벌
영화관서 몰래 촬영, 1000만원 이하 벌금
냄새·소리 등 비시각적 요소도 상표 등록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민사 합의해도 형사처벌
#1. 대형 유통업체 A사는 지난달 ‘까치 울음소리’와 ‘레몬향’을 자사 상표로 특허청에 각각 등록했다. 고객들이 까치 울음소리를 듣거나 레몬향을 맡으면 회사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A사가 소리와 냄새를 상표로 등록한 것은 지난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와 함께 시행한 국내 개정 상표법에 따라 가능했다. 지금까지는 냄새와 소리 등 ‘비시각적 요소’는 상표로 보호하지 않았다.
#2. 한 지방대 건축학과에 다니는 박모군(22)은 매일 영어학원을 찾는다. 박군은 졸업 후 3년간 실무경력을 쌓아 국내에서 건축사 자격증을 딴 뒤 미국 회사에 취업할 계획이다. 박군이 영어공부에 매달리는 이유는 국내 자격증만으로도 미국과 유럽에서 개업하거나 취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한·EU(유럽연합) FTA에서 전문자격증을 상호 인정하기로 합의한 결과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 1개월이 지나면서 미처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분야에서 FTA 효과를 체감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관세 인하로 외국산 농산물과 소비재를 값싸게 살 수 있는 것 정도로 생각했던 FTA에 대한 인식도 점차 바뀌고 있다. 이른바 ‘FTA의 재발견’이다.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계자는 16일 올 상반기 중 EU와 자격증 상호 인증을 위한 협상을 담당할 작업반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발효된 한·EU FTA에는 엔지니어링, 건축, 수의 서비스를 상호자격 인정 분야로 명시하고 협정 발표 1년 이내에 작업반을 설치하도록 했다.
한·미 FTA에도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정부 관계자는 “EU와 미국이 자국 내 인력이 부족한 분야 시장을 열어준 것”이라며 “구체적인 자격과 인원 등은 협의를 진행해봐야 하겠지만 젊은이들의 해외 취업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국내에서 건축사 200명, 수의사 500명가량이 배출되고 있다.
한·미 FTA 발효와 함께 20개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이 바뀐 지식재산권 분야는 기업들에 새로운 시장이자 위험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특허법에서는 △등록 지연에 따른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 도입 △소송 절차에서의 비밀유지 명령제도 도입 등의 조항이 새로 생겼다. 상표법의 경우 △소리·냄새 상표 등 ‘비시각적 상표제도’ 도입 △법정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이, 저작권법에선 △영화 도촬행위 금지 △불법 복제품 유통 차단을 위한 상품 라벨, 인증서 위조 금지 △비(非)친고죄 범위 확대 등이 추가됐다.
비밀유지 명령제도는 특허권 침해에 관한 소송에서 나온 제조기술 등 영업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소송 당사자들, 대리인 등에게 소송 중 알게 된 비밀을 절대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반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게 된다.
저작권법에서는 비친고죄 대상 범위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종전과 달리 저작권자의 고소가 없어도 저작권 침해자에 대한 형사 처벌이 가능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관행처럼 돼온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등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 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인들도 무심코 한 행동으로 처벌받거나 소송에 걸려들 수 있다. 영화관에서 스마트폰으로 영화 내용을 찍다 걸린 경우 지금까지는 “나중에 혼자 보려고 촬영했다”고 둘러대면 그만이었지만 개정 저작권법은 촬영 자체를 유포와 무관하게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1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1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검찰과 로펌도 지재권 관련 분쟁에 대비하고 있다. 특허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지검 형사6부는 최근 특허청 인력을 지원받아 관련 분야 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출범시켰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최근 지재권 분야 강화를 위해 서울행정법원 출신 박상현 변호사와 인천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김재승 변호사를 영입하고 지재권팀도 7개의 전문화 단위로 세분화했다. 율촌도 최근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변리사와 특허심판원으로 있던 변호사 등을 추가 영입했다. 김익주 기획재정부 FTA국내대책본부장은 “FTA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은 물론 개인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며 “FTA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거부감보다는 실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심기/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
#2. 한 지방대 건축학과에 다니는 박모군(22)은 매일 영어학원을 찾는다. 박군은 졸업 후 3년간 실무경력을 쌓아 국내에서 건축사 자격증을 딴 뒤 미국 회사에 취업할 계획이다. 박군이 영어공부에 매달리는 이유는 국내 자격증만으로도 미국과 유럽에서 개업하거나 취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한·EU(유럽연합) FTA에서 전문자격증을 상호 인정하기로 합의한 결과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 1개월이 지나면서 미처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분야에서 FTA 효과를 체감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관세 인하로 외국산 농산물과 소비재를 값싸게 살 수 있는 것 정도로 생각했던 FTA에 대한 인식도 점차 바뀌고 있다. 이른바 ‘FTA의 재발견’이다.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계자는 16일 올 상반기 중 EU와 자격증 상호 인증을 위한 협상을 담당할 작업반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발효된 한·EU FTA에는 엔지니어링, 건축, 수의 서비스를 상호자격 인정 분야로 명시하고 협정 발표 1년 이내에 작업반을 설치하도록 했다.
한·미 FTA에도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정부 관계자는 “EU와 미국이 자국 내 인력이 부족한 분야 시장을 열어준 것”이라며 “구체적인 자격과 인원 등은 협의를 진행해봐야 하겠지만 젊은이들의 해외 취업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국내에서 건축사 200명, 수의사 500명가량이 배출되고 있다.
한·미 FTA 발효와 함께 20개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이 바뀐 지식재산권 분야는 기업들에 새로운 시장이자 위험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특허법에서는 △등록 지연에 따른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 도입 △소송 절차에서의 비밀유지 명령제도 도입 등의 조항이 새로 생겼다. 상표법의 경우 △소리·냄새 상표 등 ‘비시각적 상표제도’ 도입 △법정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이, 저작권법에선 △영화 도촬행위 금지 △불법 복제품 유통 차단을 위한 상품 라벨, 인증서 위조 금지 △비(非)친고죄 범위 확대 등이 추가됐다.
비밀유지 명령제도는 특허권 침해에 관한 소송에서 나온 제조기술 등 영업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소송 당사자들, 대리인 등에게 소송 중 알게 된 비밀을 절대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반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게 된다.
저작권법에서는 비친고죄 대상 범위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종전과 달리 저작권자의 고소가 없어도 저작권 침해자에 대한 형사 처벌이 가능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관행처럼 돼온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등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 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인들도 무심코 한 행동으로 처벌받거나 소송에 걸려들 수 있다. 영화관에서 스마트폰으로 영화 내용을 찍다 걸린 경우 지금까지는 “나중에 혼자 보려고 촬영했다”고 둘러대면 그만이었지만 개정 저작권법은 촬영 자체를 유포와 무관하게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1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1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검찰과 로펌도 지재권 관련 분쟁에 대비하고 있다. 특허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지검 형사6부는 최근 특허청 인력을 지원받아 관련 분야 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출범시켰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최근 지재권 분야 강화를 위해 서울행정법원 출신 박상현 변호사와 인천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김재승 변호사를 영입하고 지재권팀도 7개의 전문화 단위로 세분화했다. 율촌도 최근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변리사와 특허심판원으로 있던 변호사 등을 추가 영입했다. 김익주 기획재정부 FTA국내대책본부장은 “FTA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은 물론 개인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며 “FTA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거부감보다는 실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심기/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