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전국에 학교폭력 전담경찰관을 지정하면서 총력대응을 하는 와중에 또다시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해 중학생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더구나 지난 4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권재진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해 ‘1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학교폭력 근절을 선언한 지 10여일 만이다.

경북 영주시 영주중 2학년 이모군(14)이 16일 오전 9시30분께 휴천3동 남산아파트 20층에서 유서를 남기고 투신했다. 이날 아파트 경비원이 ‘쿵’하는 소리가 들려 현장에 가보니 학생이 떨어져 숨져 있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 ‘친구 전모군(15)이 서클에 가입하라고 협박하고 때려 괴로워 죽고 싶다’는 내용이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이군은 유서에서 자신을 괴롭힌 가해 학생 2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수업 중 뒤에서 때리고 신체 주요 부위를 만지는 등 상습적인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학교폭력에 의한 자살로 보고 영주경찰서장을 팀장으로 23명의 전담팀을 구성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을 상대로 수사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예정”이라며 “유서 내용을 바탕으로 가혹행위 여부를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주=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