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청장은 민선을 유지하되 구의회를 폐지하고, 6개 광역시는 구청장(군수 포함)을 임명제로 전환하고 구의회(군의회)를 없애는 방안이 추진된다. 서울 중구와 종로구, 부산 중구와 동구 등 10개 구를 5개로 통합하는 것도 검토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별도의 주민여론 수렴절차 없이도 중앙정부 주도로 통폐합을 진행하는 근거도 마련됐다.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위원장 강현욱)는 최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지방자치제도 개편안을 의결했다고 16일 발표했다.

하지만 위원회가 지자체 통합시 주민의 자율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당초 통합기본원칙을 무시한 데다 일부 안건의 경우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해 논란도 있다.

◆74개 자치의회 폐지…10개 구 통폐합

"광역시 구의회 폐지…구청장도 임명制로"
특별시와 광역시의 10개 과소(過小) 자치구는 5개로 합쳐진다. 인구나 면적이 적어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행정의 효율이 떨어지는 곳이다. 통폐합 거론 지역은 △서울 중구+종로구 △부산 중구+동구, 수영구+연제구 △대구 중구+남구 △인천 중구+동구다.

특별시와 광역시 자치구의 지위와 기능도 크게 약화된다. 광역시의 경우 구청장(군수)을 임명제(관선)로 전환하고 구·군의회를 폐지하는 1안과 구청장(군수)을 지금처럼 지역 주민이 뽑되 의회는 없애는 2안 등 복수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유력안인 제1안이 통과되면 구청장은 해당 광역시장이 임명하게 된다. 서울은 수도라는 상징성을 감안, 지금처럼 구청장을 선출하지만 구의회는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10개 지자체는 정부주도 통합

위원회는 국가가 필요로 할 경우 통합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을 10개 확정했다. 이들 지역은 국가 주도로 비교적 신속하게 통합이 이뤄질 전망이다.

여론조사 제외 지역은 △전남 광양+여수+순천(광양만권) △경북 안동+예천 △충남 홍성+예산 △전북 군산+김제+부안(새만금권)이다. 새만금권의 경우 지역 주민의 요청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찬성이 50%를 넘지 않아도 정부는 이를 참고자료로만 활용할 방침이다. 통합의 시너지가 큰 만큼 정부 주도로 통합과정을 밟겠다는 의미다.

이 밖에 위원회는 통합 시·군·구에만 주기로 했던 교부세 50억원을 통합 자치구에도 주기로 했다. 또 통합 지자체 의회에는 부의장을 한 명 더 두고 통합 전 지자체 국·실 수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준비했다.

◆실제 통합은 ‘산 넘어 산’

위원회는 이번 의결안을 토대로 ‘최종안’을 확정해 6월 말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한다. 19대 국회는 7~8월께 ‘지방행정체제개편 특위’를 구성해 지방행정개편안을 본격 논의해 2014년 지방선거 때부터 새롭게 바뀌는 지방선거법을 적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의결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사항’인 데다 74개 특별·광역시 자치단체장과 의회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원안대로 법제화될지는 미지수다. 특별·광역시 10개 자치구 통폐합안은 참석위원의 과반수(13명)에 5명이나 적은 8명이 의결해 적법성 논란도 일고 있다. 지방행정체제개편은 선거구 개편과도 맞물려 있어 국회에서도 원안대로 의결은 쉽지 않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