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어 '자본주의' 거론한 김정은…北 경제체제 개혁ㆍ개방으로 가나
북한 김정은(사진) 체제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그의 경제 정책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지도자로서 처음 자신의 육성을 공개한 첫 연설에서 경제강국 건설 의지를 재차 강조한 데 이어 자본주의 방식도 도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 전해지면서 김정은이 개혁·개방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16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1월28일자 발언록을 보도했다. 마이니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경제 분야의 일꾼과 경제학자가 경제관리를 ‘이런 방법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도 색안경을 낀 사람들에 의해 ‘자본주의적 방법을 도입하려 한다’고 비판을 받기 때문에 경제관리에 관한 방법론에 의견을 갖고 있어도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은 “비판만으로는 경제관리 방법을 현실 발전의 요구에 맞게 개선해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경제 개선을 위해서라면 ‘자본주의적 방법’이라는 비판에 제한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라는 지시인 셈이다. ‘자본주의’가 금기시된 북한사회에서 김정은이 이같이 언급한 것은 파격적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김정은의 경제 개선을 위한 의지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육성을 처음 공개한 지난 15일 태양절 기념식 연설에서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 함남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 올려 경제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길에 들어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북한 당국이 약속했던 ‘강성대국 진입’을 선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강조해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 나설 뜻을 재차 밝혔다. 앞서 올 한 해의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신년공동사설에서도 “현 시기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문제를 푸는 것은 강성국가건설의 초미의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유년시절 스위스 유학을 경험하면서 자본주의, 국제사회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개혁까지는 힘들겠지만 개방은 피할 수 없는 카드”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시장 의존도, 경제 개선에 대한 욕구가 커진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방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북한이 추진 중인 나선경제특구, 황금평 개발 등과 같은 특구 중심의 개방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올 한 해 동안 유훈통치의 기간을 거쳐 내년에는 김정은의 독자적인 정책, 정치구호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정은의 통치 구호 역시 경제분야일 가능성이 크다. 조 교수는 “주민을 장악하기 위해서도 경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