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붓으로 그린다. 붓을 움직이는 것은 다섯 손가락이다. 그것은 곧 붓의 뿌리다. 그 손가락의 끝으로 그린 그림을 지두화(指頭畵)라고 한다. 붓질의 격식에 얽매임 없이 작가의 창작의지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일랑(一浪) 이종상(74)은 전통은 끊임없이 재해석돼야 한다는 생각 아래 다양한 조형적 실험을 감행해 온 화단의 원로다. ‘송학도’에 보이는 구불구불 기세 좋게 꺾인 소나무와 불굴의 선비처럼 단호한 학의 모습은 물리적 형태라기보다 개념에 가깝다. 손가락의 자유로운 기세로 쏟아낸 ‘송학도’에서 동양미의 무한한 가능성을 읽는다. 중림동 한경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삼인삼색(3人3色)’전 출품작.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