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수파 '버핏룰' 반격 "톨게이트비 세 번…부자가 세금 더 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부자증세를 골자로 하는 ‘버핏룰(Buffett Rule)’과 관련, “조세정의와 무관하며 증세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꼬집었다. 버핏룰은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세제개혁의 핵심 의제다.

공화당과 보수 싱크탱크들은 “버핏룰은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켜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의 버핏룰 투표를 앞두고 워싱턴 정가와 싱크탱크들의 진실공방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버핏룰은 이중과세”

헤리티지재단은 최근 버핏룰에 대한 논평을 내면서 “워런 버핏이 과연 그의 비서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커티스 듀베이 헤리티지재단 조세정책 선임연구위원은 “버핏과 같은 백만장자들의 소득에서 근로소득 비중은 미미하고 대부분 배당소득과 자본이득 등 투자 관련 소득”이라며 “이 같은 투자소득은 여러 단계의 과세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우선 기업에 35%의 법인세가 매겨지고 그 다음 기업이 주주에게 배당하거나 주주들이 주식을 팔아 자본이득을 얻을 때, 개인들이 또 한 번 15%(배당세·자본이득세)의 세금을 내야 한다. 투자 관련 소득은 법인과 개인이 번갈아 가면서 이중삼중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듀베이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소득세를 톨게이트 요금에 비유하면서 “오바마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속도로에서 3개의 톨게이트(각각 요금 3.5달러 두 곳, 마지막은 1.5달러)를 지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 ‘톨 게이트 요금을 얼마 냈느냐’고 물으면 1.5달러라고 답하는 사람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美보수파 '버핏룰' 반격 "톨게이트비 세 번…부자가 세금 더 낸다"
○부유층 제몫 못한다?

백악관은 국세청의 2008년 자료를 인용, 미국의 최대 갑부 400명(연소득 1억1000만달러 이상)중 33%가 15%의 세율을 적용받고, 85%는 30% 미만의 세금을 낸다고 밝혔다. 부유층의 세율이 일반 근로자의 소득세 최고세율인 35%보다 낮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부자들이 제몫을 하지 않고 있다”며 조세정의를 강조하는 근거다.

이에 대해 헤리티지재단은 “2008년 기준으로 미국 소득 상위 1%(연소득 38만달러 이상)의 소득세율은 38% 이상이었다”고 반박했다. 또 “소득 상위 10%(11만4000달러 이상)가 총 세금의 70%를 내고 있다”며 고소득 가정과 기업가들이 무거운 세금에 짓눌려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고용 위축 논란

헤리티지재단은 “버핏룰이 저성장과 고실업에 직면한 미국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가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 신규 투자와 고용확대를 꺼리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그러나 “버핏룰을 시행하더라도 중소기업인들은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통령의 자문기구인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진 스펄링 의장은 백악관 블로그에서 “연소득 100만달러가 넘는 미국인은 1000명 중 3명에 불과하며, 중소기업 오너 중 연소득 100만달러가 넘는 사람은 1%도 안된다”고 밝혔다.

스펄링 의장은 “일부 백만장자들은 중산층보다 높은 35%의 세금을 내고 있다”며 “버핏룰은 백만장자 가운데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사람에게만 해당된다”고 말했다.


◆ 버핏룰(Buffett Rule)

일명 버핏세로 통한다. 투자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이름에서 따왔다. 버핏은 주로 배당금과 자본이득인 자신의 소득세율이 17.4%인 반면 비서의 근로소득세율은 30%가 넘는다면서 부자 증세를 주장했다. 이에 착안한 오바마 정부는 과세 불평등 해소를 명분으로 버핏룰 도입을 추진 중이다. 배당소득과 자본이득을 포함해 연간 총소득이 100만달러를 넘는 부유층에 최소한 30%의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